[이코노 플러스] '1위가 뭐기에…' 백화점 순위 기준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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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백화점 업체들이 요즘 회계 기준을 바꾸는 문제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회계 기준이 바뀌면 업계에서의 순위도 저절로 바뀌기 때문이다. 백화점들이 올 1분기 결산 때부터 회계 기준을 기존의 순매출(입점업체에서 받는 판매 수수료)에서 총매출(상품 판매 총액)로 변경할 수 있게 된 것이 발단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백화점들이 재고 상품을 석달 안에 납품업체에 반품하는 등 거래관행을 개선한다면 회계기준을 다시 총매출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4월 백화점의 회계기준을 총매출에서 순매출로 바꾸도록 했었다.

백화점 회계기준 변경에 가장 관심을 쏟는 업체는 롯데쇼핑과 신세계다. 신세계는 지난해 회계 기준이 바뀐 이후 22년 만에 업계 1위를 탈환했다. 지난해 신세계의 순매출은 5조8038억원으로 롯데의 3조5418억원을 제쳤다.

하지만 총매출은 롯데(7조3716억원)가 신세계(6조8371억원)를 앞선다. 신세계 측은 "금감원으로부터 아직 회계기준 변경에 대한 공식적인 통보조차 받지 않았다. 순매출 회계 기준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8일 한국백화점협회 하원만(57)회장은 "총매출과 순매출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지만 유통업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총매출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작 중요한 것은 총매출을 선택할 경우 금감원이 요구한 3개월 반품기한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는 기한에 제한 없이 반품을 해 판매시기를 놓친 납품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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