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 두른 남자] 청소도 '위 아래'가 있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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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오늘은 몇 시에 출근해?" 준호가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면서 묻는다.

여기서 '출근'이란 것은 내가 '사무실'이라고 부르는 부엌과 거실방으로 가는 것이다. 그건 무슨 일을 하든지 거실 벽에 붙여 놓은 그 날 계획표에 따라 일을 시작하고 마치기 때문에 나뿐 아니라 식구들도 그렇게 부른다.

처음 살림 할 때는 하루종일 집안을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쓸고 닦았는데 집안은 여전히 지저분해 보였다. 하루종일 엉덩이 한번 편하게 붙이지 않았음에도 방청소 한번 하지 않은 집 같았다. 그 이유를 한참 지나서야 알았는데, 그것은 청소의 기본과 법칙을 모르고 앞뒤 없이 그저 쓸고 닦는 데 힘썼기 때문이다. 청소하기 위해 청소하는 것이 아니라 '살림도 직업이다'라고 마음먹고 가정을 경영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니 허점이 보였다. 마치 소처럼 힘만 센 사람이 기술을 익혔을 때와 같다고나 할까.

그때 제일 먼저 한 것이 '청소 계획표'를 짜는 일이었다. 회사에 다닐 때 다음 주에 할 일을 토요일마다 계획해 진행 상황을 제출했던 것처럼 다음 주에 할 집안일을 요일별로 분류해 벽에 붙여 놓고 진행상황을 확인했다. '월요일은 베란다 청소, 화요일은 삶는 빨래, 수요일은 냉장고 청소, 목요일은 가구 청소, 금요일은 바닥 청소' 이런 식으로 크게 나눈 뒤 그날 그날 할 일을 세부적으로 적고 그 순서에 따라 청소하니 한결 수월하고 자유시간도 많아졌다.

집안 청소라는 것이 안 하면 표 나고 해도 표가 안 나는 일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하루종일 청소에 매달려 허덕일 수 있다. 그러나 기본 원칙을 알고 계획과 전략을 세우면 손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다.

인천댁 차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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