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ㅋㅋㅋ … 패러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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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작가의 원작을 모방하되 풍자와 익살을 담은 시문(詩文)'. 이 땅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는 '패러디'의 사전적 정의다. 패러디는 원래 '반(反)하다'란 뜻이 담긴 그리스어 Paradia에서 비롯된 문학의 한 양식. 고대 그리스의 풍자 시인인 히포낙스가 '원조'로 꼽힌다.

그런 패러디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인터넷과 만나면서 색다른 꽃을 피우고 있다. 첨단 기술에 힘입어 보통사람들도 쉽게 제작이 가능하고, 자기 작품(?)을 순식간에 널리 알릴 수 있게 되면서 자기 표현, 자기 주장의 주요 도구가 됐다.

동호인 만남, 마케팅에서 정치 홍보에 이르기까지 패러디물은 막강한 인기와 영향력을 누린다. 심지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4.15 총선을 앞두고 패러디 포스터 공모전을 펼칠 정도다. 하지만 패러디가 급속히 번성하다 보니 이런 저런 말이 없을 수 없다. 나름대로 진지한 창작이란 의미는 퇴색하면서 컴퓨터 사진합성과 동의어로 쓰이기도 한다. 철학이나 메시지는 뒷전으로 밀린 채 가벼운 웃음거리나 남을 공격하고 헐뜯을 때 동원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 우리만의 패러디 문화를 가꿔 보는 것은 어떨까. 비틀고 꼬집기만 하는 대신 원작에 대한 경의와 익살, 업그레이드된 메시지가 어우러진 그런 패러디 말이다. week&은 그런 의도에서 패러디의 제작과정, 패러디의 빛과 그늘을 짚어봤다. 독성은 없고 약효는 뛰어난 패러디 문화가 창성하기를 바라며….

김필규 기자


'조선남녀 상열지사, 스캔들'. 글자 순서만 조금 바꾸니 '조선남녀 지상열'이 된다. 지상열씨 역시 이 작품을 본 뒤 '푸하하'웃음을 터뜨렸단다. 호탕하게 웃는 지상열 마님의 모습, 보기만 해도 '정겹다'.


영화 '여우계단'에서 넷째 글자에 붙어 있던 'ㄴ'받침이 둘째 글자로 옮겨갔다. 주변 인물들이 누군지도 확인해 보시길.


이 정도면 아역 CF스타 정다빈(4)양을 대신해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


"이만하면 '반지의 제왕'의 레골라스보다 낫지요?" 응삼이 박윤배씨는 "다음에는 어떤 식으로 등장할지 기대된다"고 했다.


신구씨는 올해 62세. 그런데도 '어린 신부'가 아니라 '어린 신구'라니. 본인의 소감은 이랬다. "허허, 젊은이들도 나한테 관심이 있구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부터 총선 홍보 패러디 포스터 콘테스트를 열고 있다. 여기 오른 900여 '걸작' 중 하나.


설마 '설운도'란 섬이야 있을까. 딱 한장의 사진만 사용해 설운도씨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없는 게 아쉽다.


'궁중요리구역 수랏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패러디. 실제 이런 영화가 나온다면 이 포스터를 그대로 사용해도 될 것 같다.


'50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은 최초의 한국영화? 즐거워하는 전원주씨의 표정과 침통한 최민식씨 모습이 대조적. 전씨는 "PR가 돼 좋지만 못 생기게 나오는 게 많아 속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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