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발견된 로제티의 "한국과 한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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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구한말 주한 이탈리아 영사를 지낸 카를로 로제티가 펴낸 견문록 『한국과 한국인』은 당시 사회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특히 저자도 서문에서 『이 책은 사실에 충실한 학술서적은아니지만 자랑할 것이 있다면 독창적 사진에 있다 』고 설명하고있는 것처럼 눈길 끄는 사진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당시 윌리엄 엘리엇.헐버트 같은 외국 선교사에 의해 씌어진 기행문은 상당수가 소개됐다.그러나 외교관이 쓴 견문기로는 처음인 이 자료는 보통 사람들이 알 수 없거나 접근하기 힘든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이 문헌은 조선의 역사.왕,한국인에 대한 인상과 의상.풍습.
종교.샤머니즘 등을 비롯,국내외 정치관계,교육제도와 예술 등에이르기까지 견문을 토대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인에 대한 인상과 왕실에 대한 묘사.한국인이 신장도 크고 흰 피부를 지녀 잘 생겼다고 평가한 그는 또 한국 사람들이 『우수한 능력에 비해 정신적으로는 지독한 무기력에 빠져있는 웃음잃은 무리』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는 당시 왕실에서의 생활과 공식행사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보이고 있다.고종을 알현할 때의 복잡한 절차와 『바닥에는 붉은양탄자,12개 정도의 빈식(式) 의자,이집트 담배와 아바나 엽연초,비스킷,프랑스제 크리스털,독일 찻잔』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약간 어리뜩한 표정으로 호기심을 갖고 외교관들의의복단추를 만지작거리는 순종,연회장에서 서양의 귀부인처럼 어깨를 드러낸 예쁜 처녀들의 비단옷 스치는 소리,독일인이 지휘하는서양음악의 불협화음,대단한 인내 력이 없다면 도저히 견뎌낼 수없는 소음으로 평가한 아악(雅樂) 등을 소개한 부분들도 눈길을끈다.왕실과 외교관들 사이의 협상과정,궁정의 실력자들이 대부분영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양귀비」로 비유된 엄비와 이용익을 둘러싼 왕궁내의 음모와 갈등도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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