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테랑 암발생 은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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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이 묘지에 묻히자마자 자신의건강에 대해 국민을 속였다는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전 주치의클로드 귀블레박사가 최근 출간한 책 『큰 비밀』에서 미테랑이 대통령에 당선된지 6개월후인 81년11월부터 전립선암을 앓고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사단이 일어났다.
귀블레박사에 따르면 81년 정밀검사를 통해 미테랑이 이미 암이 많이 번져있음을 확인했으나 최고수준의 비밀을 유지하라는 미테랑의 명령에 따라 이 사실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는 것.
이에 따라 자신은 92년 미테랑이 수술을 받고 암에 걸린 사실을 공개할 때까지 6개월마다 대통령의 건강상태에 대해 거짓보고서를 작성했으며 CIA나 KGB등 외국정보기관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치료에 사용된 주사바늘.약병과 솜등을 직 접 회수,폐기했다고 주장했다.
귀블레와 함께 정기적인 방사선치료와 화학치료를 했던 비뇨기과전문의 아돌프 스테박사도 『미테랑처럼 암이 진전된 경우엔 기대수명이 3년밖에 되지 않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3개월밖에 살지못한다』고 말해 귀블레의 주장을 뒷받침했 다.
이같은 폭로는 프랑스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미테랑은 건강에 대해 언제나 솔직할 것이며 직무를 수행할수 없으면 사임하겠다는 취임당시의 맹세를 저버린만큼 거짓말쟁이가 되는 셈이기 때문.무엇보다 중병의 통치자가 중대한 국가운명을 맡은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이다.
한편 베르나드 글로리온 프랑스 의사협회장은 귀블레박사가 환자의 비밀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데 유감을 표시하면서 의사윤리를 위반한데 대한 징계를 검토키로 했다.
또 유족들도 귀블레 박사를 고소하는 한편 이 책의 판매금지 신청을 법원에 내놓고 있어 파문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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