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신고 의미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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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6일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제출했다. 27일에는 냉각탑 폭파 장면이 전 세계 안방에 중계될 예정이다. 2002년 10월 2차 핵 위기가 터진 지 5년8개월 만이다. 신고서 제출과 불능화는 한반도 정세의 최대 불안정 요인인 북핵 문제 해결에 큰 의미를 갖는 진전임에 틀림없다. 신고서를 토대로 검증을 거쳐 핵 폐기로 나아가는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신고서 제출에 맞춰 미국은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를 시작했다. 북한이 그토록 요구해 온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북·미 관계에도 급진전이 예상된다. 핵 신고가 이뤄졌다고 해서 남은 문제가 저절로 다 풀리는 건 아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비핵화의 출발점에 겨우 선 것”이라며 “운동 경기로 비유하자면 오픈게임을 끝내고 본 경기가 시작되려는 시점”이라고 비유했다.

◇당면 과제는 검증=핵 신고는 동결-불능화와 신고-해체·폐기의 3단계로 구분된 6자회담 프로세스에서 2단계의 핵심이다. 현재 불능화 작업은 11개 공정 중 8개 공정을 끝내고 원자로에서 연료봉을 꺼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북한이 더 이상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다음 과제는 지금까지 생산해 둔 플루토늄을 처분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자진 신고한 내용이 맞는지를 따지는 검증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검증은 숫자 싸움이기도 하다. 북한은 37㎏의 플루토늄을 생산했다고 신고서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의 정보기관은 45∼60㎏ 정도로 추산한다. 북한의 기술 수준에 따라 산출량이 달라질 수 있지만 4∼6㎏이면 핵폭탄 한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검증에는 아무리 일러도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망했다. 미국은 테러지원국 해제의 효력이 발생하기까지의 유예기간인 45일 동안 검증 대상을 확정하고 철저한 검증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 사이 북한이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테러지원국 해제를 없었던 일로 할 수도 있다는 태세다. 검증은 미국을 중심으로 핵 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크며 핵 보유국이 아닌 한국과 일본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폐기 협상은 산 넘어 산=플루토늄 생산량이 확인되면 사용처를 규명하고 재고량을 북한 밖으로 반출하거나 폐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지루하고 험난한 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고비마다 대가를 요구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궁극적 요구는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드는 경수로가 될 전망이다. 경수로를 어느 시점, 어떤 단계에서 제공하는지를 결정하는 것부터가 매우 어려운 협상 이슈다. 또한 내년 초 미국 행정부 교체가 예정돼 있어 6자회담의 미래는 더욱 불확실하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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