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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6월] “바다의 거품띠는 새만금의 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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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신문에서 새만금 관련 사진을 봤는데 바닷물이 방조제에 부딪혀 거품띠가 형성됐더라고요. 그 모습이 꼭 방조제에 갇힌 바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것 같았어요, 붉은 울음.”

중앙시조백일장 6월 장원작 ‘새만금 소묘’는 이렇게 지어졌다. 독서지도사 박솔아(43·사진)씨는 신문 사회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지난해와 그 지난해 중앙시조백일장 차하작으로 뽑힌 ‘지갑 속의 램프’와 ‘난곡블루스’ 역시 신문을 보고 시상을 얻어 쓴 시조였다. 한 편은 10만원권 초상인물을 둘러싼 논란을 다룬 기사를 보고 썼고 또 다른 한편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난곡을 다룬 기획기사를 보고 썼다.

“신문 속에 세상이 있어요. 사람을 움직이는 돈도, 거기서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저는 지금도 신문을 스크랩합니다.”

사실 10번도 넘게 도전했다. 장원이 “꼭 한번 돼보고 싶었다”는 박씨는 매일 신문을 보며 습작한 작품을 다듬고 또 다듬어 중앙일보로 보내고 또 보냈다. 열정이 열매 맺는 걸 보고 싶었다. 그녀의 바람은 자신을 담금질하는 동력이 됐고 마침내는 열매를 맺었다.

글쓰기는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 2001년, 붓글씨 강좌를 들으러 울산 남부도서관을 찾았지만 이미 마감된 상태였다. 그때 박씨의 눈에 들어온 것이 문예 강좌.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결혼 하고 아이 낳고 생활에 쫓겨 문학에 대한 꿈을 잊고 살았던 저를 발견했거든요. 저 밑에 웅크리고 있던 글에 대한 열정이 꿈틀 했죠.”

그때 나이 서른여섯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는 ‘늧모임’이란 문예 강좌 졸업생 모임을 통해 계속됐다.

시조를 만난 건 그 다음해였다. 방송통신대학에 진학하면서 ‘글쌈’이란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현직 선배들을 초청한 강연을 통해 시를 쓰는 사람을 만났고, 시를 쓰면서 밀고 당기는 운율의 매력에 빠졌다. 그 끝에서 시조를 만났다.

“시조만이 갖는 종장의 긴장감이 좋았죠. 후려치는 맛이랄까요.”

박씨는 다시 한번 방송통신대 진학을 꿈꾸고 있다. 이미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했지만 이번엔 문학을 공부하고 싶다. 신춘문예에도 수년 째 도전 중이다.

“저는 30대 후반에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열정에 비해 감각이 없어서 더디기까지 했죠. 그래도 앞으로 가고 있잖아요. 아이 때문에, 나이 때문에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꿈을 꾸고 이루는 데는 나이가 없어요. 물론 문학에도요.”

정선언 기자


이달의 심사평
감정의 과잉 노출 시적 공감 못 얻어

이번 달의 응모작품에는 ‘촛불’을 소재로 한 작품이 유독 많았다. 시의적인 문제라 가급적이며 선정을 하려했지만 대개의 작품들이 너무 고루하거나 감정이 과잉 노출 되어 선정하지 못했다. 감정이 앞서는 경우 시적 대상을 단순화시키기 십상이다. 내면보다는 겉을 보기에 급급하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시적 공감을 얻어내는데 거의 실패하게 된다. 시는 관념과의 싸움이라는 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관념은 공허하기 때문에 잘 잡혀지지 않는다. 이것을 잘 보이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시인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를 “육화(肉化)” 또는 “형상화”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시적 대상에 몸을 만들고 색깔과 소리를 얹어 생생한 실체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미지나 비유 등도 이를 위해 사용되는 기법들이다.

박솔아씨의 ‘새만금 소묘’는 그중에서도 기름 유출 사고를 다룬 서해안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 아픔을 서정적으로 잘 육화(肉化)시키고 있다. 섬 묘사를 “뚝 멈춘 갈필 끝”이라고 한 점, 이 당대의 아픔을 “방조제 안쪽에 갇힌 붉은 울음”으로 묘사한 점이 바로 그렇다. 그럼에도 더 전개되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영희씨의 ‘개밥바라기’는 화가를 꿈꾸는 소녀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묵묵함이 배어나온다. 무거운 주제이면서도 오히려 가볍게 터치하고 있는 것이 시를 밝은 분위기로 이끌고 있다.

장현수씨의 ‘오후 3시’는 시조에서 보기 힘든 소재를 잡은 점이 주목을 끌었다. 관념을 “닭 가슴살”이나 사내의 눈 속에 도는 “구름”으로 잡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진해 주기 바란다.

두드러진 작품이 많지 않음에 반해 선에서 아깝게 밀려난 작품들이 많았다. 장은수·김순희·박영학·김덕남·배종도·이우식·염경희씨 등의 작품이 마지막까지 검토되었다. 시적 대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내가 과연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를 냉정하게 살펴본다면, 보다 감동을 주는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박기섭·이지엽>

◇응모안내=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 매달 말 발표합니다. 응모 편수는 제한이 없습니다. 매달 장원·차상·차하에 뽑힌 분을 대상으로 12월 연말장원을 가립니다. 연말장원은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 당선자(등단자격 부여)의 영광을 차지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겐 각각 10만·7만·5만원의 원고료와 함께 『중앙시조대상 수상작품집』(책만드는집)을 보내드립니다. 응모시 연락처를 꼭 적어주십시오.

◇접수처=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10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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