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전함' 마드리드 침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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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의 하루. 프랑스의 AS 모나코가 '호화 전함'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3-1로, 잉글랜드의 첼시는 프리미어리그의 '천적' 아스날에 통쾌한 2-1 뒤집기승을 거두고 2003~2004 유럽축구연맹(EU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했다.

이변에 희생된 두 팀 모두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후보였으나 1차전의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허망하게 무너졌다.

데이비드 베컴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긴 했으나 레알 마드리드의 탈락은 의외였다.

홈 1차전에서 4-2로 승리했던 레알 마드리드는 7일(한국시간) 원정경기로 벌어진 8강전 2차전에서 라울이 전반 36분 선제골을 터뜨려 쉽게 4강 진출을 확정하는 듯했다.

그러나 전반 종료 직전 AS 모나코의 기울리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후반 3분 모리엔테스에게 역전골, 그리고 21분 다시 기울리에게 쐐기골을 얻어맞았다.

1, 2차전 합산 스코어 5-5. 그러나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의해 모나코가 준결승에 진출했고,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통산 열번째 우승의 꿈을 접고 말았다.

역전골을 터뜨린 모리엔테스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임대된 선수. 스페인 굴지의 스트라이커 라울과 2002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끈 호나우두에게 밀려 프랑스리그에서 '파견근무'중이던 모리엔테스는 친정팀을 상대로 매서운 플레이를 펼쳐 울분을 다소나마 씻어냈다.

첼시의 반란도 눈부셨다.

전반 인저리타임에 아스날의 레예스가 선제골을 터뜨렸을 때까지만 해도 첼시가 소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후반 7분 램파드가 동점골을 잡아내 분위기가 바뀌었고, 경기 종료를 앞둔 42분 웨인 브리지의 역전 결승골이 터져나왔다. 첼시는 1승1무를 기록, 런던 연고팀으로는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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