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단 연주회에서 단원이 모두 무대에 자리를 잡은 후 혼자 나오는 사람이 있다. 손에 바이올린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지휘자는 아니다. 교향악단 단원을 대표하는 사람이자 제1바이올린의 리더를 겸하는 악장(樂長ㆍconcert master)이다. 지휘자가 연주 전후에 악장과 악수를 나누는 것은 오케스트라 전체와 인사를 나누는 것이나 다름 없다. 악장은 오케스트라 단원이긴 하지만 독주자(솔로이스트) 못지 않는 연주 실력을 갖추고 있다. 교향악단의 해외 순회공연 때나 정기 연주회 때 악장을 협연자로 종종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향악단 악장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평단원에 비해 얼마나 많이 받을까.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봉 내역을 밝혀 공개하는 것으로 유명한 오케스트라 컨설턴트 드로 맥너스가 운영하는 어댑티스트레이션(adaptistration.com)의 집계에 따르면, 악장은 평단원보다 3∼4배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납부 내역으로 추정한 연봉 액수이기 때문에 입수 가능한 가장 최근의 자료는 2005∼2006년 시즌이다.
뉴욕필 악장 글렌 딕테로(左)와 뉴욕필 음악감독 로린 마젤
악장의 연봉은 교향악단 노조의 연봉 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되지만 악장만이 갖는 별도의 지위나 직책 때문에 교향악단 측과 따로 계약을 맺는 게 보통이다.
악장의 임무는 매우 다양하다. 연주 직전에 오케스트라의 튜닝을 감독하고, 바이올린 파트의 보잉(활긋는 법)을 통일시킨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셰헤라자데’같은 작품에선 협주곡을 방불케 하는 독주 파트를 맡아서 연주해야 한다. 대부분의 교향악단에서는 악장을 두 명 이상 채용하거나 부악장 제도를 두어 연주나 작품에 따라 악장을 교대로 앉힌다. 교향악단 연주가 없을 때는 독주자로 다른 교향악단과 협연하기도 한다.
지휘자와 악장, 단원의 연봉 격차는 어떤가. 뉴욕 필하모닉의 경우 음악감독 로린 마젤의 연봉은 219만 달러(약 22억원), 악장 글렌 딕테로의 연봉은 41만 7518 달러(약 4억 2000만원), 평단원은 평균 10만 712달러(약 1억 1000만원)을 받았다. 단원과 악장, 지휘자의 연봉 비율이 1: 4: 20이라는 얘기다. 음악감독의 실제 활동 기간이 연간 3∼4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봉 격차는 더욱 커진다.
미국 교향악단 악장 연봉 톱 10
이장직 음악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