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칼럼>새 전기 필요한 올림픽 1백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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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근대 올림픽 부활 100주년을 기념하는 제26회 올림픽이 한세기를 면면히 이어온 인류 최대의 제전답게 197개 전 가맹국의 참가라는 놀라운 가능성을 예고하는 가운데 오는 7월19일부터 8월4일까지 미국 애틀랜타시에서 역사적인 막을 올리게 된다.지난해 12월 아프가니스탄의 뒤늦은 신청에 이어 올 정초 북한이 참가의 뜻을 전해옴으로써 올림픽 100주년의 기념비적 연출은 만수무루(萬水無漏)의 효과를 과시하게 될 것같다.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 결정은 긍 정적이다.
지난 93년 상하이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이후 국제적인 스포츠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북한이 지난 여름의 수해와 핍박한 식량사정,김일성 사망후의 정치적 불안등 여러가지 사정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애틀랜타 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나선 것은 전회원국참가라는 아귀맞춤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탄받을 우려와 미국을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의 두가지 측면에서 음미해 볼만하다.
북한참가의 배경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막후교섭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보이콧하면서 자유진영 각국에 불참압력을 넣었던 카터 대통령의 입장을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어떤 변수로서의 국제문제가 지니는 무상함을 실감하게 된다.북한의 경우 제한시간을 훨씬넘어 뒤처진 마라톤 선수가 피로곤핍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들어서면서 거꾸로 관중들로부터 격려를 받는 격이다.말하자면 북한의 애틀랜타 올림픽참가는 역설적으로 쿠베르탱 의 「참가에 의의가 있다」는 올림픽의 이상을 구현한 것같은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면서도 어딘가 작위적인 냄새가 난다.
올림픽운동 100년사는 바로 20세기 그 자체와 맥을 같이한다.그러나 엄청난 문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달리고 던지고 뛰는 행위」를 100년간 고수하면서 출발의 원점을 훼손하지않은 문화가 과연 있을수 있는 것일까.인간의 약점을 그 대로 지닌채지구를 포괄한 조직이 숱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건재해온 상수(常數)는 무엇인가를 100년의 고비에서 진지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같다.
근대 올림픽 100주년 행사는 명분상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열리는것이 바람직하다.그러나 애틀랜타로 급선회한저간의 사정은 역시 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개운치 않다.올림픽 100년의 버팀목은 돈이 아니라 정신 이었다.이 버팀목이 돈으로 변질되고 있는 가운데 올림픽 100년을 맞고 있는 셈이다.독일의 스포츠 인테른지는 95년도 가장 영향력을 발휘한 세계 스포츠지도자로 미국 3대 네트워크의 하나인 NBC 스포츠회장인 딕에버졸을 김운용(金雲龍 )IOC위원장과 공동2위로 선정한바있다.그는 NBC가 2004,2008년 올림픽및 2006년 겨울올림픽의 방영권을 입도선매 하듯이 23억달러로 사전계약을 체결한 장본인이다.인류의 제전 방영권을 1개 TV회사가 차지함으로써 가장 영향 력있는 사람으로 군림하게된 그 발상과 인식이 문제다.
올림픽 100년은 새로운 100년의 시작이라는 차원에서 무언가 새로운 이념,또 한세기를 버틸수있는 새로운 가치체계를 세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론인.KOC위원) 김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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