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가스 팔면 100억 달러 벌어…액화설비 못 갖춰 한국엔 못 들여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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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가스전에서 개발한 가스를 중국에 판매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2000년부터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에서 북서부로 100km쯤 떨어진 해상광구(A-1, A-3)에서 가스전을 개발해 왔다. 현재 국제 자원매장량 공인기관(GCA)이 인증한 가스량만 4.5조~7.7조 입방피트로, 국내 천연가스 사용량의 5년치에 해당한다.

미얀마 가스전 총괄 책임자인 임채문(사진) 부사장은 23일 “8년에 걸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자원개발은 십수 년간의 인내와 기술력이 결부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판매해 기대되는 수익은.

“중국천연가스집단공사에 2012년부터 25년간 판매한다. 100억 달러 이상의 수입이 예상된다. 판매가가 국제유가에 연동돼 있어 액수는 바뀔 수 있다.”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중국에 판매하는 이유는.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가스를 수송해 오려면 광구 주변에 가스를 액체화할 수 있는 설비가 있어야 한다. 그 설비를 만들려면 미국 기술이 필요한데 미얀마와 미국과의 관계가 걸림돌이 됐다.”

-중국에는 어떻게 판매하나.

“미얀마 광구에서 중국 국경선까지 약 1000km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한다. 천연가스 판매뿐만 아니라 운송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어 추가 수익이 기대된다.”

-개발에만 8년이 걸렸는데 또 생산까지 4년을 기다려야 하나.

“자원개발은 노다지를 캐는 것이 아니다. 인내심이 필요하고 기술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단기간에 자원개발을 할 수 있다고 뛰어드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그는 이번 가스전 개발과정을 간단히 소개했다. 이 회사가 처음 바다 위에 시추선을 띄운 것은 2000년. 시추선에서 바다 밑에 지진파를 쏴 지질층을 확인하는 개발작업이 시작됐다. 보통 원유나 가스는 지하 2~3km의 바위층 밑에 있는 모래나 진흙층에 묻혀 있다고 한다. 이후 지하 3km까지 둘레 8인치의 탐사정을 뚫어 가스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 여기까지만 3년이 걸렸다. 다음엔 주변에 대여섯 개의 평가정을 박아 매장량 규모를 추정한다. 그런 다음 GCA의 공인인증을 획득해야 상업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가장 인상에 남는 순간은.

“3년여에 걸친 지질탐사 후 1000만 달러를 들여 탐사정을 뚫었다. 그런데 가스가 없었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300m쯤 옆에 또 하나의 탐사정을 박았다. 그 탐사정이 파내온 흙에서 진한 기름 냄새가 확 풍겼다.”

-자원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기술·외교에서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정부의 개발비 지원이 있었다. 물론 100억 달러 이상의 수입 중 일부를 개발비 지원 대가로 정부에 반납한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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