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企廳 영역다툼 할 때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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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적 조직의 주안점은 주어진 목표달성에 있다.이런 점은 정부조직도 마찬가지다.위인설관(爲人設官)이나 영역다툼은 원천적 적(赤)신호다.사람 숫자는 적게 하고,남의 영역이라고 여기던 곳에도 필요하면 힘을 보태는 것이 돼야 한다.정부 가 다른 민간조직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이런 「작은 정부,막강한네트워크」가 이뤄져야 한다.
중소기업청(中小企業廳)의 신설을 앞두고 재정경제원과 통상산업부간에 자리와 업무를 놓고 다툼이 일고 있다는 소리는 너무나 실망스럽다.중소기업청이 신설되는 것은 지금 한국경제를 짓누르는최대의 급소(急所)인 도산행렬을 잇고 있는 중소 기업에 활로(活路)를 찾게 하자는데 있다.중소기업청이 설립되면 바로 이 목표를 달성해내야 한다.
중소기업을 살리고 융성케 하는데는 정부의 온 기구가 다 달려들어 도와야 할 처지다.자금공급에는 재경원,조세편의는 국세청,공장입지와 물류(物流)에 관련된 간접비용경감은 건설교통부,기술적 사회간접자본확충은 과학기술처….그야말로 정부 전체가 전력을기울여야 할 대프로젝트다.기존의 어떤 한 부서가 적체된 인력을내보내고, 새로운 권력 영역을 확대하는 기회로 여긴다면 이는 시대착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사실 현 정권이 출범후 드러낸 가장 큰 약점은 부처간 영역다툼 등 으로 인해 정부의 목표를 완수하는 길에서 너무도 자주 이탈한다는 사실이다.
특별한 임무가 주어지는 타스크포스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출범하는 중기청 같은 기구는 특히 다(多)차원적 매트릭스(matrix) 조직성격을 띤다.주변의 모든 기존 경제관련부처는 말할 것도 없고,비경제부처까지도 중소기업의 회생(回生) 과 부흥이란국가목표에 철저히 동참해 신설되는 중기청업무에 직접 적극적으로참여해야 한다.그리고 이번에 중기청을 성공시킴으로써 앞으로 정부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작동해야 할지 모범 케이스로 삼아야 한다.중기청은 중소기업의 불만을 무 마하고 선거에 대비하는 임시방편상의 입술서비스 구실만 해선 안된다.실제로 효험을 보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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