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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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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주말의 촛불집회는 서울 도심 교통을 여러 시간 마비시키고, 시위대가 경찰관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 불법으로 얼룩졌다. 한동안 잠잠했던 폭력이 재발한 것이다. 우리는 이날의 폭력행위가 실정법의 허용 범위와 시민들의 인내 한계를 넘어섰다고 본다.

지난달 초에 시작돼 5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서울 도심의 촛불집회는 참가자들의 순수성과 자발성, 비폭력성이라는 상징에 힘입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 결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한·미 정부 간 협정 내용을 바꿨고, 우리 국민들의 식탁 안전 확보에도 적잖은 기여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는 대통령의 사과와 비서실 전면 개편을 이끌어냈다. 일부 개각도 앞두고 있다. 대통령의 독선과 소통 부재에 대한 반성과 재발 방지 다짐까지 받아냈다. 이만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제 각자 생업 현장으로 돌아가 대통령과 정부의 약속이 어떻게 실행되는지 지켜봐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주말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의 아고라 회원 등 150여 명은 태평로를 기습적으로 점거해 광화문·세종로·종로·서대문 등 도심 일대 교통이 여러 시간 마비됐다. 이어진 집회에서 시위대가 전경버스를 부수고, 경찰이 소화기 분말을 뿌리는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경찰버스에 불을 지르려던 시위대원도 있었다. 시위 참석자가 던진 물병에 맞아 경찰관 코뼈가 부러지고 시위대원 12명이 연행됐다. 쇠고기 수입과 관계가 없는 단체의 깃발 100여 개도 나부꼈다. 집회의 자발성과 순수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참가자들은 이제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앙SUNDAY가 22일 보도한 국민 여론조사 내용은 참고할 만하다. 전국 성인남녀 10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8%는 촛불집회가 중단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대통령 기자회견 내용의 실행을 지켜보겠다는 사람이 60%였다. 집회를 계속해야 한다는 사람은 38%, 대통령 회견이 미흡하다는 응답은 36%로 나타났다. 쇠고기 협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대답도 51%였다.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모든 국가 현안과 자신들의 주장을 촛불집회로 직접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부적절하다. 국회의원은 왜 뽑았으며 국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젠 대의민주주의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촛불시위는 그만 멈춰야 한다. 참가자들은 모두 일상의 자리로 돌아가 정부의 약속을 지켜보는 것이 맞다. 경찰로 상징되는 공권력 역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안전한 사회를 희망하면서 불편을 감수하는 시민들의 인내에도 한계는 있다. 정치논리에 밀려 실정법을 지켜내지 못하는 나라는 국가도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인정돼야 하지만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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