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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50달러, 주가 1600 각오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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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 30면

120달러 안팎 → 코스피 1800

고유가 폭탄에 갈피 못 잡는 투자자

8명의 센터장 중에서 7명은 하반기 기름값이 최고 140~150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그래픽 참조> 그러나 대부분 이를 꼭짓점으로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란 ‘조건부 상승론’을 얘기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문기훈 센터장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가능성이 큰 데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투기 수요가 위축돼 하반기 유가는 평균 125달러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증권 김학주 센터장은 “아시아인들의 생활양식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 값이 뛰어도 기름 수요는 지속되고 3분기 말에 15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반기 평균으론 이보다 낮은 130~150달러를 맴돌 것으로 봤다.

이런 시나리오가 가시화하면 ‘인고의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연초 대비 높은 유가→기업이익 예상치 손질→주가 전망치 하락’의 수순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의 우영무 센터장은 “유가 상승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다른 원자재값의 전반적 강세를 불러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늘어나는 비용을 제품값에 전가하지 못하면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만 해도 얼마 전까지 유가 100달러를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이 4.6% 늘고 기업이익도 16% 증가한다는 분석 틀을 유지했다. 그러나 130달러까지 오른 최근의 유가 흐름을 반영해 다시 계산했더니 GDP와 이익 증가율이 각각 4.3%와 10%로 떨어졌다. 이를 고려하면 코스피의 적정 수준도 1900~2000포인트에서 1800~1850포인트로 낮아진다. 현재의 코스피 지수(1730선)보다는 높지만 상승 여력이 그만큼 쪼그라들었다는 뜻이다. 만약 유가가 센터장들이 예측한 150달러 고점까지 올라갔다가 별다른 조정을 받지 않으면 코스피는 1600~1700선에 머물 전망이다.

HMC투자증권의 이종우 센터장은 “유가 상승의 주범인 아시아 나라들이 긴축 고삐를 죄면서 경기 둔화로 기름 수요가 줄 전망”이라며 7월에 140달러까지 뛴 뒤 안정을 찾을 것으로 짚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사실상의 석유배급제 같은 강수가 나오고 있다.
투자 병법도 당연히 보수적으로 짤 수밖에 없다. 예컨대 증권사들이 하반기 유망주로 잇따라 추천한 정보기술(IT)주만 해도 눈높이를 낮추라는 주문이 나왔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센터장은 “수출 호황의 덕을 봤지만 상반기에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게 좋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형 IT 위주로 매물 폭탄을 던지며 개인 투자자들을 괴롭혔다.

업종별로는 항공·운송·조선 등에 몸을 사리라는 경고가 많았다. 고유가로 비용이 늘거나 신흥시장 수요 감소로 타격을 받기가 쉽다. 삼성증권 김학주 센터장은 보험주를 권했다. 기름값 때문에 자동차를 덜 몰면 사고가 줄어 보험사 돈벌이가 좋다는 것이다.

100달러대 안착 → 코스피 1900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센터장은 “지정학적 위험 요인이 크게 부각되지 않으면 배럴당 105달러 선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 가지 전제조건을 달았다. 아시아 국가들의 석유값 현실화, 중동 산유국의 증산, 달러화 강세에 따른 투기 감소를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문기훈 센터장과 비슷한 논리지만 유가 하락 폭은 훨씬 크게 잡은 것이다. 한화증권도 이러한 하락 요인들이 점점 힘을 받고 있다며 연말까지 주가가 100~11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대로 흐르면 앞서 설명한 시뮬레이션처럼 ‘비용 압박 약화→기업 실적 개선→주가 회복’의 선순환을 밟을 수 있다. 박종현 센터장은 “기름값이 하향 안정되면 항공·해운·석유화학처럼 비용 압박을 세게 받은 업종이 부각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낙관론을 펴 왔던 하나대투증권 김영익 부사장은 하반기 평균유가를 112달러 정도로 봤다. “원유 생산량과 소비량, 미국의 달러 추이를 종합적으로 따져 계산한 결과”라고 했다. 이에 따라 그는 “하반기 유가가 안정되면서 물가상승세가 둔화하면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했다. 코스피의 예상 범위는 1800~2300으로 센터장 중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그는 경기 주기로 볼 때 ‘지난해 4분기 정점 → 경기 하강 → 올 3분기 저점 → 상승세 전환’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유가가 올라 기업이익에 악영향을 주겠지만 환율 상승으로 수출이 늘어 전체적으론 이익 증가를 기대한다”는 말도 보탰다.

다만 소비 억제를 위한 보조금 삭감 등 석유값 현실화는 중국 같은 신흥국의 인플레 부담을 높여 경기 둔화의 촉매가 될 수도 있다. 낙관적 유가 시나리오가 되레 한국의 수출에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센터장도 “유가가 떨어져도 주가가 크게 오르진 못할 것”이라며 “고유가 비용 때문이 아니더라도 수요 둔화로 하반기엔 경기가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그는 코스피의 경우 1600~1900선을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150~200달러 → 코스피 1300
 
최악의 시나리오는 골드먼삭스의 경고처럼 유가가 급피치를 올리는 것이다. 일단 기름값이 곧 150~200달러까지 치솟을 걸로 보는 센터장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위원처럼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 중기적으론 200달러 시대가 유력하다”는 기술적 분석도 무시할 수 없다. <별도기사 참조>

현재 기준으로 계산할 때 유가가 200달러에 이르면 국내 GDP는 1% 성장에 그친다. 왕성한 소비를 자랑한 중국·인도 등의 신흥국이 허리띠를 조르면서 한국이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수출 감소→투자 위축+소비 감소’라는 악순환 시나리오가 꼬리를 무는 것이다.

삼성증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0달러 시대가 도래할 때 기업이익은 ‘마이너스 11%’로 처참해진다. 이러면 코스피는 1300 수준으로 낙하할 수 있다. 지금보다 25% 가까이 미끄러진다는 소리다. CJ투자증권도 유가가 200달러를 웃돌면 신용경색 때처럼 주가가 단기간에 30% 이상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투자심리가 공황 상태로 치달으면 낙폭은 이보다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수혜 업종이 없는 건 아니다. 대체에너지 산업이 부상하면서 하이브리드카 부품회사나 원자력 기술 보유업체, 태양광·풍력발전 기업 등은 주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200달러는 5년 뒤에나 가능하고, 그 시점엔 경제력이 커지고 물가도 높아져 어느 정도 ‘고유가 완충력’이 생길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CJ투자증권 조익재 센터장은 “하반기에 반등장이 가능해도 그동안 오른 유가의 고공비행 부담이 연말로 갈수록 현실화하면서 다시 하락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했다. 유가 공포가 아직 체감화되지 않은 만큼 고통이 얼마나 길지 지켜봐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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