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지원' 줄었지만 여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돈과 선거는 바늘과 실이었다. 그러나 17대 총선은 돈 선거와의 전쟁 분위기에서 치러지고 있다.

불법 대선자금이 여론의 철퇴를 맞은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천막당사로, 청과물공판장 당사로 궁핍한 중에도 중앙당이 후보들에게 '실탄'(돈)을 내려보내는 풍속은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31일 217명 지역구 후보에게 750만원씩을 지원했다. 후보 기탁금(1500만원)의 절반이다.

당 재정국은 후보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선거기간 중 1000만원씩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추가 지원금 1000만원의 경우 재산이 30억원 이상인 후보들은 제외한다고 못박았다.

재정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는 기탁금 2000만원 전액을 지원했지만 쪼들리는 살림 때문에 이번에는 규모를 줄였다"고 말했다. 재원(財源)은 지난달 15일 받은 국고보조금 24억원과 4월 2일 받은 선거국고보조금 98억원 등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민주당도 6일 지역구 후보 181명 전원에게 기탁금 1500만원을 지원했다. 역시 국고보조금 79억원 등으로 충당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당초에는 열세지역인 충청과 영남 후보들에게만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격전을 치르는 수도권.호남 후보들과의 형평성 시비가 일 수 있어 논란 끝에 일률적으로 지급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은 국고보조금 지급기준인 현역의원 수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비해 적어 선거 국고보조금 규모도 그만큼 작다. 하지만 콩 한쪽도 나눠 먹자는 심정으로 일단 16개 시.도에 2000만~8000만원씩을 차등 지급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중앙선관위 측은 "선거 국고보조금의 경우 선거를 위해 사용하라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돈인 만큼 후보들에게 일괄 지급해도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 당 내부에서는 이 같은 실탄 지원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한나라당 사무처 당직자들은 "천막당사에서 고생하는 우리도 배고프긴 마찬가지"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으로 간 50여명이 퇴직금 7억8000만원을 미리 가압류해 국고보조금에서 원천징수당한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선대위 당직자들은 "아직 선거가 9일이나 남았는데 앞으로 선거를 무슨 돈으로 치르느냐"고 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자칫 사고라도 나면 악재가 될 수 있어 돈을 아예 안 내려보내는 게 낫다는 주장도 많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자업자득이지만 돈과 선거의 연분은 점점 엷어지고 있다.

박승희.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