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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인간 워렌 버핏의 ‘뷰티풀 라이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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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투자에 대한 철학뿐만 아니라 통찰력, 유머를 곁들인 워렌 버핏의 어록은 매우 풍부하다. 2003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여러분은 ‘먹기만 하고 달리지는 않는 말’ 같은 기업을 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고 한 말 그 중의 하나다.

워렌 버핏 평전
앤드류 킬패트릭 지음, 안진환·김기준 옮김
윌북, 1권(인물): 544쪽·2만5000원, 2권(투자): 844쪽·3만5000원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보면 신라 47대 헌안왕의 일화가 나온다. 왕은 왕족인 응렴에게 “세상을 돌아다니며 이상한 일을 본 일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는 “아름다운 행실이 있는 사람을 셋 보았습니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남의 윗자리에 있을 만한 사람이면서도 겸손하여 남의 밑에 있는 사람이 그 하나요, 세력 있고 부자이면서 옷차림을 검소하게 한 사람이 그 둘이요, 본래부터 귀하고 세력이 있으면서도 그 위력을 부리지 않는 사람이 그 셋 입니다”고 설명한다. 왕은 감동해 그에게 큰 딸을 시집 보내고, 사후 왕위를 잇게 한다.

미국 투자그룹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렌 버핏(78) 회장은 응렴이 말한 아름다운 사람이다. 세계 최고 부자(포브스 올해 선정)이면서 검소하다. 재산은 620억 달러(약 64조원)로 우리나라 중앙정부 1년 예산의 3분의 1을 웃돈다. 그러면서도 점심으로 햄버거와 콜라를 즐겨 먹고, 중고차를 직접 몰고 다니며, 50년째 같은 집에서 산다. 많은 미국 경영진들이 기업은 망해도 천문학적인 연봉을 챙기는 현실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도 25년 이상 연봉 10만 달러를 고집한다. 유산은 자식의 인생을 망치게 한다며, 상속세를 폐지하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한다.

그는 2년 전 재산의 85%(당시 가치 약 32조원)를 기부하기로 해 사상 최대의 자선가가 됐다. 그것도 자신이 만든 재단이 아니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만든 ‘빌 앤 멜린다 재단’에 대부분 기부하기로 했다. 평생 좋은 기업을 골라 투자했듯 자신의 돈을 잘 쓸 수 있는 재단을 골라 재산을 몰아 준 것이다.

이 책은 버핏의 삶을 진솔하게 기록한 책이다. 원제는 『Of Permanent Value, The Story of Warren Buffet』. 저자는 1992년 책을 출판한 이후 2년마다 개정판을 내고 있다. 그는 머리말에서 “1년 중 364일은 자료 수집과 집필에 할애하고, 나머지 하루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굵직굵직한 사건부터 세세한 에피소드까지 아우르는 버핏 백과사전이 됐다.

버핏의 투자원칙은 “10년간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라는 말로 요약된다.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기업에 투자해서 장기간 보유하는 것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주식은 64년부터, 워싱턴포스트는 73년부터, 코카콜라는 88년부터 사들여 지금도 갖고 있다.

책에서 그의 유머와 열정,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어록을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한 방에서 조용하게 지낼 수 없다는 그 한 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부자가 되는 방법은 우선 문을 닫으십시오. 사람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움을 가지십시오.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지십시오.” “자라면서 오로지 두 가지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여자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두 번째 관심사인 사업으로 넘어가야 했습니다.”

‘투자의 신’으로 불리는 버핏의 실패 사례를 통해 주식 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은 위로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침이면 탭 댄스를 추며 출근한다”는 그처럼 산다면 성공하지 못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설사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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