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중앙문예>산,무너짐에 관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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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바람이 몰고 온 녹두빛 깃발 아래 하늘에 닿아 있던 나무들 베어 내고 누군가 추억과 같이 그대를 무너뜨린다.
물소리 새소리가 아직 귀에 쟁쟁한데 우리 먼 시야에서 능선을지우며 점점이 살을 저미어 어디론가 보낸다.
기나 긴 세월에도 삭지 않은 돌덩이를 울분을 괴로움을 토하듯쏟으면서 태초의 텅 빈 들처럼 낮아지는 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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