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적응 끝났나…까다로운 변화구도 담 넘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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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를 노렸지만 변화구를 쳤다. 센터 쪽으로 친다는 생각으로 스윙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파울이 됐거나 높이 뜨는 타구가 됐을 것이다."

이승엽(롯데 머린스)이 지난 5일 일본햄 파이터스와의 홈경기에서 6회 우월 솔로홈런을 친 뒤 밝힌 내용이다.

이승엽은 일본햄의 오른손 선발투수 이와모토가 던진 110㎞짜리 커브를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완벽하게 걷어올려 시즌 2호 홈런을 만들었다.

4일 다이에 호크스전에서 150m짜리 장외홈런에 이어 두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4타수 3안타의 맹타로 타율도 0.353(34타수 12안타)으로 크게 뛰었다.

이승엽의 방망이에 물이 올랐다. "이렇게 빨리 일본 야구에 적응할 줄 몰랐다"는 보비 밸런타인 감독의 말 그대로다.

우선 일본 투수의 구질과 볼 배합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1호 홈런은 145㎞짜리 몸쪽 높은 직구를 잡아당긴 것이다. 2호 홈런은 가운데 낮게 떨어지는 110㎞짜리 커브였다.

이 밖에도 직구.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질을 공략해 안타를 만들고 있다. 시범경기 초반 "변화구가 까다롭다"며 고개를 젓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이승엽은 배팅 포인트가 몸에 가까운 편이다. 공을 최대한 몸쪽으로 끌어놓고 친다는 말이다. 밀어치기도 능하다. 일본 야구의 까다로운 변화구를 쳐낼 수 있는 비결이다.

이승엽의 1호 장외홈런을 지켜본 다이에의 오 사다하루(왕정치)감독은 "어려운 코스의 공이었다. 파울이 돼야 하는 공을 페어지역으로 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이승엽의 타격기술에 찬사를 보냈다. 여기에 실투를 놓치지 않는 자신있는 스윙까지 더해져 타격감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에서는 벌써 장밋빛 예상을 내놓고 있다. 스포츠 전문 일간지인 '닛칸 스포츠'는 "이승엽이 빠르게 적응하고 있어 올해 홈런을 35개 이상 쳐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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