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 일자리 대책 합치니 실업자의 두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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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각종 경기 부양책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어 정부 경제정책이 또다시 선거 바람을 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법인세.특소세 지원을 비롯해 일자리 만들기, 서민.중산층을 위한 복지 대책 등을 사흘이 멀다 하고 연달아 내놓고 있다. 물론 세계에서 한국 경제만 죽을 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가 투자와 소비를 되살리기 위해 애쓰는 것은 당연하다. 선거 눈치 보느라 꼭 해야 할 지원을 미루거나, 일자리 창출이나 저소득층 보호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현 가능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정부가 총선을 의식하는 것 아닌가'하는 선심성 대책들이 많아지고 있다. 신용불량자 구제를 위한 배드 뱅크 설립안을 앞당겨 발표한 것도 이런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최대 현안인 실업 대책을 각 부처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쏟아내고 있다. 정부 부처가 창출하겠다고 발표한 일자리 수를 다 합치면 현재 실업자의 두 배나 된다니 이는 코미디다. 부처 간 합의나 재원 마련에 대한 복안도 없는 재탕.삼탕 임시방편도 적지 않다. 심지어 서로 상충하는 것도 있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과거 경제정책이 정치 논리에 춤을 추는 바람에 현재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한국 경제의 최대 걸림돌이 된 신용불량자나 가계 부채만 해도 지난 DJ 정권 시절 '경제를 살렸다'는 정치쇼를 위해 무리하게 돈을 풀고 소비를 부추긴 결과다. 새만금 등 수많은 국책 사업들이 정치적 타협과 선거 공약으로 결정되면서 국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국가경쟁력이 잠식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그렇지 않아도 각 정당들이 두고두고 부담이 될 허황한 경제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이런 판에 정부 경제정책마저 선심 논란에 휘말린다면 이는 결코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혼선과 불신만 키우게 된다. 이헌재 경제팀은 총선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사거나,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