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플러스] '납품업체 협회' 결성에 공정위가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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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백화점과 할인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백화점과 할인점이 납품업체에 횡포를 부리지는 않는지, 그렇다면 어떤 식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설문지에는 실태조사와는 성격이 다른 설문도 포함돼 있었다. 납품업체끼리 단체를 만드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내용이 그것이다. 단체를 만든다면 특정 업체에 납품하는 회사끼리 모일지, 업종별로 만들지를 묻는 설문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업체끼리 협회를 만든다고 하면 공정위는 담합을 하려는 건 아닌가 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는데, 이례적으로 공정위가 먼저 나선 것이다. 공정위 허선 경쟁국장은 "약자인 납품업체들은 대형 업체에 대항할 수단이 필요하다"며 "영세한 납품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방법을 찾기는 어렵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강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납품업체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협회가 필요하면 업체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정부가 나서면 또 다른 편법이 생기기 십상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의 보복을 의식해 공정위에 신고도 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어떻게 협회를 만드느냐"며 "정부가 협회를 '대형 유통업체 대항용'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앞으로 협회를 설립하고 싶어도 만들기가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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