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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 구멍 뚫린 지방 대도시 자전거 순찰대 가동 늘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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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방 대도시의 도시 공동화가 시작되면서 아이들, 청소년, 혹은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범죄에 점점 노출되어 가고 있다. 대전 지방 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5대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 등)는 증가하고 있지 않지만 어린이 납치사건, 어린이 성범죄, 청소년 범죄, 그리고 여성 관련 범죄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눈에 띄는 치안 실험 중에 ‘자전거 순찰대(bicycle patrol)라는 것이 있다. 지난해 3월 대전 둔산경찰서를 시작으로 전국 여러 곳에 자전거 순찰대가 시험 가동 중에 있다. 천안경찰서(2007년 7월 창설)의 ‘자전거 순찰대’, 인천 남구 도화1동 ‘주민 자전거 순찰대’(2007년 7월), 동호인이 중심이 되어 창설된 ‘창원 자전거 순찰대’ (2008년 4월), 대전 ‘의용소방대 자전거 순찰대’(2008년 4월), 그리고 울산 중부 경찰서(2008년 4월 27일 창설) ‘자전거 순찰대’가 그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자전거 순찰대들은 영세업이다. 가장 진화한 대전 둔산 순찰대의 현직 경찰관은 고작 8명이다. 울산 중부경찰서의 순찰대도 2~4명 수준이다. 2007년 9월 현재 런던의 자전거 순찰대 소속 경찰관이 1846명이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구멍가게 수준이다. 둘째, 한국의 자전거 순찰대는 시작에서부터 자원봉사자를 끌어들였다. 위에서 언급된 순찰대 중에서 절반은 아예 자원봉사자들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전’이라는 공공재를 지방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민들이 직접 생산한다는 의미에서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20세기 초부터 자전거 순찰을 실시해온 영국은 박지성의 홈 베이스 맨체스터에도, 리버풀에도, 그리고 런던에도 자전거 순찰대를 운영하고 있다.

런던의 경험에 따르면 경찰차 1대에 장착하는 비용으로 15명의 순찰대원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전거 순찰은 주민 친화적이다. 자전거 타는 경찰은 탈권위적이어서 주민들의 접근을 쉽게 한다. 그뿐 아니라 다수의 경찰을 주거지에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범죄예방 효과를 갖는다. 범죄 발생 시에는 소리 없는 접근으로 범인 체포율을 높인다. 그뿐인가. 도시의 교통 혼잡이 경찰차의 기동성을 떨어뜨리는 것에 비해 기동성이 높다.

런던 자전거 순찰대의 경험은 지나친 예찬론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수백 개의 전국 경찰서 중에서 단지 2개의 자전거 순찰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제 시작이지만 좀 더 강도 높은 실험정신이 필요함을 알려준다.

청소년 범죄, 학교폭력, 성범죄 등등의 새로운 범죄들은 주민 밀착형 감시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다. 더욱이 경찰의 중심활동이 범죄 사후처리보다 예방으로 전환되어야 할 때다. 이 같은 새로운 치안 수요는 지방정부의 높은 실험정신을 요구한다. 런던 경찰이 대규모 경기, 콘서트, 피서지, 관광지, 혹은 공원지역에 자전거 순찰대를 왜 이용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안전 수요의 특성에 따라 공급을 달리하는 런던 경찰의 실험정신이 부럽다.

장수찬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