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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재발견/우리동네 걷기] 부산 광안리 … 파도와 어깨동무 이십리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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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덥다. 6월인데 낮 기온은 이미 한여름이다. 날씨가 덥다 보니 슬슬 꾀가 난다. 어디 강바람·바닷바람 맞으며 시원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은 없을까?

부산 수영수변드림로드가 딱 그런 곳이다. 둘러보면 바다, 돌아보면 강이 있는 산책로. 광안리 해변에서 수영강변까지 8.2㎞ 코스다. 동백섬·해운대해수욕장 해변 산책로와도 연결된다. 2012년 개통 예정이지만 해안 전망데크, 다리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산책로 정비가 끝났다. 광안리~해운대를 잇는 부산 최고의 ‘웰-워킹(Well-Walking) 산책로’를 워크홀릭팀이 한발 먼저 밟아봤다.


강·바다의 만남 ‘수변드림로드’

수영수변드림로드는 광안리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남천항 부근에서 시작한다. 남천삼익비치아파트에서 남천해변공원까지 1㎞ 정도 거리다. 부산지하철 남천역에서 내려 삼익아파트 단지를 쭉 끼고 도는 산책로를 따라 오른편으로 광안대교를, 왼편으로는 광안리해수욕장을 사이에 두고 걸을 수 있다.

수영수변드림로드 첫 구간의 이름은 ‘희망의 길’이다. 이곳은 일종의 걷기 전용도로다. 예전엔 여느 길과 마찬가지로 차도와 인도가 나란히 있었지만, 차도를 막아 산책로를 만들었다. 덕분에 걱정 없이 걷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주변엔 오래된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고, 아침저녁으로 체조와 운동을 즐기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부산시민 사이에서는 ‘남천동 호안도로 조깅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길을 30~40분 정도 걷다 보면 남천해변공원이 나온다. 여기서 수변공원까지 약 3㎞는 ‘활력의 길’이다. 이곳의 특징은 문화. 백남준의 유작인 ‘디지테이션’과 얀 카슬레의 작품 ‘은하수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불꽃축제나 어방축제 등도 자주 열린다. 본격적인 휴가시즌인 7월부터는 백사장에 스크린을 설치해 영화도 상영할 예정이다. 광안대교의 멋들어진 야경이 잘 드러나는 곳이라 일몰 이후 걷기도 권할 만하다. 두루두루 둘러보며 걷노라면 1시간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광안리해수욕장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면 수영강 하류와 만나게 된다. 수변공원~민락교~수영교에 이르는 약 1.8㎞의 구간으로 ‘만남의 길’이라고 불린다. 이 길은 주말에 걸어야 제 맛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거리 노래자랑이 열리기 때문이다. 부산 시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참가할 수 있다. 바다에 가장 가까운 수영2교 아래로는 보도블록과 우레탄이 깔려 있다. 산책하는 사람은 물론 자전거족들도 많이 이용한다.

‘만남의 길’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본격적으로 강을 따라 걷는 길이 나온다. ‘강나루 길’로 이름 붙인 수영교~좌수영교 구간은 0.8㎞로 비교적 길이가 짧은 구간. 하지만 조깅로와 전망데크, 각종 휴게시설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어 ‘잔재미’가 있는 편이다. 조만간 수변데크도 만들 예정이다. ‘강나루 길’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식물군락이다. 철쭉·치자나무·개꽃나무·매자나무 등이 어우러진 산책로는 고요하지만 늘 생기가 돈다. 강 너머 장산 쪽도 사람들이 꽤 많이 찾는다. 등산로지만 경사가 완만해 산책하는 기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강 상류 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온천천이 나온다. 강나루 길이 끝나는 좌수영다리부터 온천천까지의 구간이 마지막 코스인 ‘상생의 길’이다. 길이는 약 2㎞. 현재는 단출한 산책로뿐이지만 피서객이 많이 찾을 것을 대비해 배롱나무·싸리나무 등을 집중적으로 심고 있다.

만남의 길에서 상생의 길까지는 여유 있는 걸음으로 2시간30분~3시간 정도 걸린다.

운치있는 밤 산책엔 ‘달맞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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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에서 수영강 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해운대로 들어설 수도 있다. 광안리 해변 끝자락에 자리 잡은 민락항에서 항구의 정취를 느끼며 걷다 보면 수변공원이 나온다. 공원은 강이 끝나는 풍경과 바다가 시작하는 풍경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곳. 여기서 수영강의 첫 번째 다리인 수영2교를 지나면 바로 해운대다.

내륙 길로 직진하지 말고,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보자. 수영요트경기장과 부산시네마테크를 끼고 돌아나가면 현대적인 해안도시로서의 부산의 면모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으로는 동백섬과 해운대 바닷가가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30~4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들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점심시간이면 커피 한 잔을 들고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30~40대 직장인들을 꽤 많이 만날 수 있다. 물론 저녁이 되면 ‘그림’이 바뀐다. 해운대 산책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인파로 북적인다. 웨스틴조선호텔을 등지고 천천히 30분쯤 걸으면 미포항이 나온다. 해운대의 거의 마지막 지점이다.

주말 오후에 해운대 산책을 마쳤다면 다음 코스는 ‘달맞이 길’이다. 미포선착장에서 선창횟집 옆길을 따라 언덕을 걸어 올라가면 된다. 달맞이 길은 이름 그대로 밤이면 달빛을 받으며 운치 있게 걷기 좋은 길이다. 부산의 유명 데이트 장소로도 꼽힌다. 약 300m 정도를 올라가면 라이브 연주를 하는 색소폰라이브하우스와 와인바 오해피데이가 나온다. 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달맞이고개의 끝인 해월정에 닿는다. 해운대 바다를 가장 멀리, 넓게 바라볼 수 있는 ‘명당’ 자리다. 민락항에서 달맞이고개까지는 여유 있는 걸음으로 1시간30분~2시간이면 충분하다.

<부산> 글=객원기자 설은영·장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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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대한가정의학회, 부산 · 광주 · 전남교육청, 세계사회체육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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