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총잡이 남산호-작년 3관왕 국가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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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어떻게 다시 잡은 총인데….』 병자년 새해를 맞는 「고독한총잡이」남산호(33.제일은행.사진)의 심정은 착잡하다.
제일은행사격단의 전격적 해체가 결정된 것은 지난달 15일.아무런 대책없이 해체결정을 통보받은 제일은행 손일락(43)감독은선수들이 다시 뛸 수 있는 길을 찾기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헛수고였다.
남산호는 담양중시절 중등부대회를 석권했으나 광주고시절「놀러다닌」 탓에 받아줄 팀이 없어 총을 놓아야했다.
남산호가 총을 다시 잡게된 것은 지난 87년.「총을 쏘겠다」는 일념만으로 월급 11만원짜리 나주사격장 관리인으로 들어갔다.다른 사람들의 숙직을 대신해주며 번돈으로 실탄을 구입해 틈틈이 총을 쏜 덕에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덕분에 손감독의 눈에 들어 93년 1월 제일은행에 입단했다.
제일은행은 한국사격계에서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불린다.이들은 모두 사격계의 이방인들이었다.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선수들이 제일은행에서 한둥지를 튼 것이다.남산호를 비롯해 상무에서뒤늦게 제대,오갈데 없었던 여승찬(32).유병주 (31)등 노장선수들이 그들이다.나이가 많은 탓에 계약직으로 가까스로 입사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해부터 돌풍을 몰고 왔다.한국최고의 저격수 이은철(한국통신).차영철(김포군청)등이 버틴 소구경3자세.복사에서 최강팀으로 부상한 것이다.94년 3관왕에 오른 남산호는 지난해 11월 드디어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가 됐 다.그리고 올3월 같은 총잡이인 전국가대표 문은영(한일은.25)과 보금자리를 꾸몄다.
남산호는 내년 3월 96애틀랜타올림픽대표 최종선발전에 나설 수 있게해 준다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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