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선거도 하기 전에 分黨을 얘기하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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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열린우리당 국민참여운동본부장인 문성근씨가 분당론을 언급했다. 그는 총선을 10여일 앞두고 모든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자기 당을 '잡탕'으로 표현하고 "나중에 분당해야 한다"고 했다. 각 당이 유권자를 향해 필사적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마당에 소속정당의 분열을 예고한 것이다. 총선 이후 분당될 정당에 표를 달라는 발언인데,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당사자는 파문이 일자 (정당 구조의)이념적 분화에 대한 언급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여러 정황상 일반론을 말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후보자 공천과정에서 소외된 당내 개혁세력의 불만 표출이며, 총선 이후 당 주도권을 둘러싼 노선투쟁의 예고편으로 보는 시각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사람들이 만든 정치세력인데, 불과 몇달 안돼 또다시 당을 쪼개겠다는 의도를 비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열린우리당이 스스로를 '잡탕'이라고 생각한다면, 민주당을 분열시키고 '잡탕'당을 만든 정치행위는 도대체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고작 '잡탕'을 만들려고 민주당을 두 조각낸 것인가. 이런 의문과 비판에 열린우리당은 반드시 답을 해야 한다.

정당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표를 달라는 것은 유권자의 판단을 모독하는 일이다. 지지율이 높으면 이렇게 오만해져도 되는 것인가. 열린우리당은 겸손해져야 한다. 지지율이 바닥을 칠 때에는 허리를 숙여가며 이 사람 저 사람을 모셔가더니 사정이 나아지니까 어떻게든 정리할 궁리나 해서야 되겠는가. 이런 당을 믿고 유권자들이 어떻게 표를 줄 수 있겠는가.

집권여당이 통합보다 배제의 정치에 앞장선다면 우리 사회는 갈등과 대결이 반복되는 양극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과격한 극단주의로 국력을 소모할 것인가. 국민은 이념에 따라 편을 가르는 편협한 순혈주의는 결코 원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이 집권여당의 책무를 도외시하고 분열에만 관심이 있다면 유권자들의 생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