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제부총리의 부적절한 탄핵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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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의 지난 2일 탄핵 언급은 부적절했다. 李부총리는 정례 기자회견에서 경제파탄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사유로 포함된 데 대한 의견을 밝혔다. 경제정책의 운용은 사법부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였다. 그는 또 노무현 정부가 지난 1년간 어려운 가운데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盧정부가 열심히 일했는데 이를 탄핵사유에 포함시킨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경제정책은 상황에 맞춰 나름의 최선을 취하는 선택의 문제이므로 이의 결과만 놓고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우리는 동의한다. 법원도 외환위기의 법적 책임을 당시 경제 당국자들에게 물었던 소송에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한 적이 있다.

그러나 경제사령탑인 李부총리가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된 사건에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경제파탄이 탄핵사유에 해당하는지는 헌재가 판단할 대상이다. 탄핵재판이 진행 중이고 총선을 앞둔 시점에 경제부총리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를 판단할 대상이 아니다.

더구나 이날 李부총리의 발언이 나온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한다. 李부총리는 한 경제신문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런 발언을 했지만, 사실은 재경부 쪽에서 그런 질문을 해줄 것을 미리 요청했다고 한다. 재경부 측은 기자들의 관심사를 알아봤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해당 경제신문 측은 그 질문이 '이례적으로 조정 과정을 거쳤다'고 밝히고 있다. 李부총리가 이 시점에 탄핵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굳이 밝혀야 했던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요즘 공직 사회에는 총선이 끝나고 盧대통령이 복귀하면 탄핵정국과 총선 과정에서의 처신을 고려한 인사 태풍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실정이다. 李부총리가 이를 의식해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처신에 조심했어야 했다. 어느 누구도 탄핵판단에 영향을 줄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잠잠히 헌재의 결정을 지켜보는 것이 온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