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다른 구단 팬도 “못 참겠다” … ‘안티 SK’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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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SK 구단을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17일 잠실구장에 나붙은 모습. [사진=양광삼 기자]

SK 투수 윤길현(25)이 KIA 최경환(36)에게 위협구를 던지고 욕설까지 내뱉은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사건 발생 뒤 윤길현이 전화로 최경환에게 사과를 했고, 최경환도 수긍했지만 팬들은 좀처럼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18일 “윤길현은 물론이고 김성근 감독까지 팬들로부터 혼이 나고 있다. 어떻게 알았는지 휴대전화로 욕을 내뱉는 사람도 있고 문자메시지와 e-메일에도 악의에 찬 글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SK 구단 홈페이지는 18일 오후까지 다운됐다.

KIA 팬은 물론 다른 구단 팬들까지 합세해 ‘반 SK’ 연합전선을 형성하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서울·경기도 지역에 사는 KIA 팬 50여 명은 17일 SK와 두산이 맞붙은 잠실구장을 찾아 ‘윤길현의 더러운 입과 행동, 모든 야구 팬은 잊지 않겠다’ ‘김성근 감독님, 1등보다 인성을 가르치시길…’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걸었다. 이들은 경기 뒤 SK 버스를 가로막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사태가 이처럼 확산되고 있는 데는 SK 구단의 안일한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SK는 이를 통상적인 빈볼 다툼으로 파악하고 윤길현과 최경환, 주장 김원형과 이종범 등 선수 당사자끼리 전화 통화만으로 사태를 종료시키려 했다. 그러나 문제의 욕설 동영상이 온라인을 타고 퍼지면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윤길현은 인성이 잘못된 상식 이하 선수로 취급됐고, SK는 동업자 의식을 저버리고 승리에만 집착하는 구단으로 평가됐다. 더구나 SK가 다른 구단이나 선수들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었던 터라 이를 곱지 않은 눈길로 봤던 다른 구단 팬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데 뭉쳤다. 그럼에도 SK는 ‘구단이 나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며 사태를 방관했고 ‘윤길현을 당분간 출전시키는 않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팬들은 전혀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SK는 신영철 사장 주재로 18일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 모색에 나섰지만 조기 진화에 실패한 탓에 해결에는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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