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광우병 과장보도 정정하지 않는 MBC, KBS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공영방송들의 행태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가.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공영방송이 광우병 공포를 왜곡·확산하는 데 앞장서는 게 말이 되는가.

문제의 시발은 MBC PD수첩이다. 4월 29일 방영한 ‘긴급 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는 온 국민을 광우병 공포로 몰아넣은 출발점이다. 그 내용은 허위와 왜곡으로 가득 찬 것이었다. 우선, 광우병 의심증상으로 사망했다고 보도된 미국 여성은 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12일 공식 발표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PD수첩은 “숨진 여성의 부모가 최종 결과를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며 정정을 미루고 있다. 게다가 PD수첩은 당시 이 여성 이야기를 14분이나 방영하면서 그 어머니가 “딸이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로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대목을 ‘vCJD(인간광우병)’로 번역해 자막으로 내보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언론중재위가 과장·왜곡 보도에 대한 정정·반론문을 게재하라고 직권 결정한 내용도 보도를 거부하고 있다. 주저앉는 소가 광우병 소라거나 해당 여성도 광우병이라는 근거는 없다는 사실을 PD수첩은 왜 밝히지 않는가.

KBS 역시 광우병 위험을 과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5일 9시 뉴스에서 “미국 일부 도축장에서 30개월 미만과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냉장 과정에서 접촉할 수 있어 교차오염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보도한 게 대표적 예다. 도축된 소 표면은 특정위험물질이 아니어서 광우병 오염 가능성은 없다. 그런데도 광우병 괴담을 부풀리는 데 집중할 뿐 과학계의 상식은 아랑곳없는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KBS PD협회는 일부 일간신문에 “수많은 촛불들이 공영방송 KBS를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는 광고까지 냈다.

두 방송이 광우병 위험을 과장하는 데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권위와 신뢰를 깎아내려 현재 추진 중인 방송개혁을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그것이다. 자신들의 사익을 보호하려고 국민과 시청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면 공영방송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 방송의 전면적인 개혁이 더욱 시급하고 절실한 또 하나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