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95증시-기관투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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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기관투자가에게 95년은 악몽과 같은 한해로 기억될 것 같다.
연초부터 주가가 곤두박질쳐 비명이 터져 나왔고 연말에 가까워오면서 다시 주식시장이 급락해 또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됐다.
이에 따라 투자신탁회사를 포함해 증권사.은행.보험사.단자사.
연기금 등 증시「큰손」들은 「기관화 장세」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올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규모는 매수37조8,000억원,매도79조 9,000억원에 달했다.시장전체에서의 비중은 26.7%.지난해 매수 71조8,100억원,매도69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수준이다.올해 거래량이전반적으로 준 상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평균 30.8%이던 94년보다 4.1%나 비중이 줄었 다.
이중 투신은 약 13조8,000억원의 주식을 사고 같은 액수의 주식을 팔았다.매수.매도가 거의 균형을 이루면서 시장전체의9.7%,전체기관의 36.3%라는 점유율을 기록해 역시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손임을 입증했다.
증권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려 1조6,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 최대 매도세력으로 등장했다.9조4,000억원의 주식을 사고 11조원의 주식을 팔아 시장점유율 7.1%를 기록해투신에 이어 두번째 큰 역할을 했다.지난해 주식 과다보유로 곤욕을 치렀던 은행은 올해도 주식을 많이 산 편이다.8조6,000억원어치를 사고 8조2,000억원어치를 팔아 약 4,00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시장점유율은 5.9%.
올 들어 가장 두드러진 매수세 역할을 했던 기관은 보험이다.
시장점유율은 2.5%에 불과하지만 약 4조원의 주식을 사고 3조1,000억원의 주식을 팔아 1조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밖에 단자사와 연기금 등의 거래는 전체의 1%에 미달하는 수준이었다.
한편 주식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며 기관들의 보유주식에 엄청난 평가손이 발생했다.지난 11월말 현재 투신 8개사의 고유계정 주식평가손이 1조430억원을 기록했다.약 5조6,000억원의 차입금부담을 안고 있는 한국.대한.국민 등 3대 투신사들은 주식평가손으로 인해 지난해 반짝 흑자에 이어 또다시 큰 폭의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이와 함께 투신사가 판매하는 주식형 수익증권도 평균 10% 가까운 손해율을 기록해 개인투자자들에게까지 영향이 미쳤다.
그러나 투신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실시에 따른 채권시장의 활황으로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는 가운데 올 한햇동안 약 8조원의 돈이 몰리며 수신고가 사상 처음 6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도 조흥.서울.상업.제일.한일.외환 등 6대 시중은행의 보유주식평가손만 1조원에 가깝다.게다가 12월 이후 주가 하락폭이 커 이들 은행의 손해는 더욱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12월말이 결산기인 은행들은 보유주식의 평가손이 당기 순이익으로 반영돼 대부분 은행들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주식보유를 크게 줄여 왔던 증권사도 11월까지 증시침체로 인해 8,400억원의 손해를 봤다.증권사는 내년 3월결산때 평가손의 절반을 당기순익에 반영해야 해 수지에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특히 증권사들은 그 동안 적립했 던 주식매매손실 충당금이 바닥이 난 상태여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보험사.단자사.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사정도 거의 비슷하다.
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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