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이 실패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보통교육의 본질과 괴리가 큰 정책을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도 않은 채 강행하려는 정치권력의 속성과 병리화된 정책 과정의 관행 때문이다. 보통교육의 목적은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민주 시민의 소양과 기초 기능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내면화에는 반복학습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런 점에서 우수 교사보다도 아이들의 변을 닦아 주고 옷을 빨아 입혀 줄 수 있는 페스탈로치 같은 교사가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역대 정권에서 경시한 것은 중대한 실수였다.
이 정부도 전 정권의 실패를 반복하고 있어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영어만이 전부인양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영어교육정책, 실익도 없이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는 교원평가, 교육을 정치·행정에 예속화하려는 교육청 개편 정책, 소규모 학교의 발전을 가로막는 교원 근무평정제도, 교사들의 연구 의욕을 짓밟는 연구점수 평정제도 등이 그렇다.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에서 시행하는 ‘좋은 학교 만들기 자원학교’에 지정을 신청한 학교가 수십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데서도 잘 나타나듯이 많은 학교의 교육환경이 열악한 상태에 있다. 정부는 학습 친화적 환경 구성, 기본 교육시설의 확충, 낡고 불충분한 교사·교실 및 학습 보조시설의 신·개축, 업무 경감 및 학습 효율성 제고를 위한 교원 증원 및 보조교원 배치, 실험·실습·체험학습 등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 등을 강화해 실질적인 ‘학교 교육 자율화 방안’이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보통교육에서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학생들을 위해 자신의 능력과 정열을 쏟아 놓도록 교사들을 강제할 방안은 없다는 것이다. 교사들 스스로 그렇게 움직이게 만들지 못하는 한 어떤 교육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고 본다. 현재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교원의 쾌적한 근무 환경, 튼튼한 신분 보장, 높은 보수, 충분한 휴가, 장기 정년, 안정적인 연금정책을 운영함과 아울러 현장의 진행과정을 관리·감독할 학교장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허황한 이상을 좇느라고 허둥댈 것이 아니라 전 정권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교육정책들을 보통교육의 본질적 측면에서 차분하게 재점검해 보완·폐지시키고, 새 정부의 이념에 걸맞은 학교 현장 중심의 새로운 보통교육 정책을 수립·운영해 주길 충심으로 기대한다.
조주행 인수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