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안정 동시추구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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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권의 정치권 사정방침이 급선회하고 있다.일단 유보하는 쪽이다.당장이라도 몇몇 정치인을 소환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금주말께라는 예고까지 있었다.그러나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눈녹듯 녹아버렸다.딱 이틀 사이다.지난주말 이같은 ■ 장이 정리됐다는 후문이다.
어찌됐든 정국은 수습국면으로 돌변했다.여야는 당분간 총선준비에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사정유보 이유는 특별한게 아니다.최근의 정국경색이 불안감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로인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것으로 예상됐다.신한국당(가칭)쪽에서도 그같은 건의가 잇따랐다.민생문제에 신경쓸 때라는 주장이 계속됐다.이러다간 총선을 어떻게 치르느냐는 얘기까지나왔다.재계쪽의 불만도 대단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리는 없다.그같은 부작용을 몰라서 사정방침이 수립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정유보는 일단 충돌을 피해보자는 생각에 기인한 듯하다.사실국민회의는 엄청난 공세를 준비해왔다.사생결단의 의지였다.김대중(金大中)총재를 겨냥한 사정이라 믿었기 때문이다.따라서 여야의충돌은 불을 보듯 뻔했다.
여권은 이 부분을 의식한 듯하다.더군다나 노태우(盧泰愚)씨 수사도 제자리걸음이다.국민회의 金총재와 관련된 것들이 나오지 않는다.뭔가를 찾았다는 얘기는 아마도 함정이었던 것같다.
여권은 그럴바에는 차라리 사정을 일단 유보하는게 낫다고 판단한것 같다.더이상 끌고가자니 이제는 부담이 되는 형국이었다.더군다나 정치인 몇몇을 소환한다 하여 실익도 크게 없다고 판단한듯하다. 이와 관련된 여권고위관계자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뿌리를 못 뽑을 바에야 잔가지 쳐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
』 이 소식통은 바로 전까지만 해도 『여야간에 어떠한 타협도 없었다』고 강조했던 인물이다.
어찌됐든 신한국당의 분위기는 26일 돌변했다.손학규(孫鶴圭)대변인은 이날 신한국당이 개혁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할 것임을 발표했다.다 이런 분위기를 바탕에 깔고 나온 얘기다.
여권의 이같은 입장은 국민회의측에도 전달된 듯하다.국민회의도26일 모든 대여강공책을 일단 유보할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사정이 기미가 없다』는 관계자의 언급이 나왔다.당장 연내 공청회방침을 철회했다.
나아가 내년 임시국회에서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 대한 경고결의안도 일단 유보했다.이수성(李壽成)총리 불신임안 제출도 마찬가지다.여권에 대해 반응을 보이는것 같다.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공세적 공격 보다는 수세적 공격으로대처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배경을 밝혔다.구체적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게 있다.여권의 사정방침이 「취소」는아니라는 점이다.분명한 「유보」일 뿐이다.기본적으로는 방침의 유지다.여권관계자는 그점을 유독 강조했다.
따라서 총선까지는 몇번의 파상공세가 더 있을 수 있다.그것이총선전략이기도 하다.정국상황에 따라 사정카드는 몇번을 들락거릴것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도 26일 『盧씨 부정축재 사건을 통해명백한 문제점이 드러난 정치인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될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마도 김대중총재를 의식한 발언같다.검찰수사가 뭔가를 찾아냈을 때도 사정방침이 유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결국 여권의사정유보방침은 그때까지일 뿐인 것같다.
어찌됐든 일단 연말연시 정국은 조용히 넘어갈 것같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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