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아버지 없는 슬픔 난 잘 알아 … 흑인 남성들, 가정을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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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 민주당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가 15일(현지시간) 시카고의 한 흑인 교회에서 ‘아버지의 날’ 기념 연설을 한 뒤 둘째 딸 샤샤(7)를 안고 걸어가고 있다. [시카고 AFP=연합뉴스]

“아버지가 없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습니다. 가정에 남자 어른이 없다는 건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리는 것 같죠. 그래서 오래전 그 악순환을 깨기로 결심했습니다. 될 수 있다면 내 아이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기로 말입니다.”

케냐인 친부가 떠난 뒤 두 살 무렵부터 백인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버락 오바마 미 민주당 대선 후보가 아버지의 빈자리가 남긴 상처에 대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15일(현지시간) ‘아버지의 날’을 맞아 시카고의 흑인 교회에서 한 연설에서다. 그는 이를 통해 백인 후보라면 감히 언급하기 힘든 흑인 사회의 민감한 문제를 건드렸다. 흑인 가정에서의 ‘아버지의 부재’였다.

오바마는 “너무 많은 아버지가 MIA(전투 중 행방불명된 군인)나 탈영병처럼 실종된 상태”라며 “그들이 책임을 저버리는 바람에 가정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은 16일 “오바마가 절반 이상의 흑인 어린이들이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고 전했다. 오바마는 이날 흑인들에게 교육과 성취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TV 스포츠 프로나 보고 있지 말라” “중학교 졸업장이 있다고 우쭐할 것 없다”는 식이다.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은 박수를 치며 공감을 표시했다.

대선 유세 중 가정교육은 오바마의 주요 화제였다. 2월 텍사스주 유세 때는 “애들에게 차게 식은 패스트푸드를 아침으로 먹이지 말라” “부엌에 책상을 갖다 놓고 아이들이 숙제를 잘하는지 지켜봐라”라며 잔소리에 가까운 발언까지 했다.

한편 오바마는 에반 바이(민주·인디애나주) 상원의원과 가족 관련 법안을 공동 발의하겠다고 13일 발표했다. 이 법안은 부모에게 자녀 양육비 지급 책임을 강화하고, 가정 폭력 예방 장치를 갖추는 내용이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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