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늦더라도 취업에 유리"-대학생 해외어학연수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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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화여대 법학과 이진영(21)양은 휴학중이다.李양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뒤전공분야를 독학하고 있다.내년 1학기에 3학년으로 복학하는 李양은 휴학기간 1년을 포함해 대학을 5년만에 졸 업하게 된다.
李양처럼 5년만에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대학을 일찍 졸업하기보다는 1년이 늦더라도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사회에 진출하는게 관심사다.
늦게 졸업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오디토리엄(AUDITORIUM.강당)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오디토리엄족은 캠퍼스에 오래 머무르려는 대학생들의 의식을 반영한 최신 유행어.
과거의 오디토리엄족이 학점을 따지 못해 졸업이 늦었던 반면 요즘은 외국어실력을 기르기 위해 졸업을 늦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취업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캠퍼스 생활을 오래 만끽하려는 풍조도 한몫하고 있다.오디토리엄족은 여대생들에게서 두드러진다.군대를 안가는데 따른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며 취업이 남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남학생들은 군 제대후 복학을 미루고어학연수를 다녀오는 사례가 많다.
이화여대의 경우 이번학기에 해외로 어학연수를 떠나기 위해 휴학한 학생은 464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32명)보다 3.5배나 급증했다.숙명여대의 휴학자는 지난해 1,2학기에 각각 41명이었으나 올 1학기 93명,2학기 96명으로 늘었다.
연세대의 경우 해외연수등을 목적으로 한 일반휴학자수는 해외여행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93년 1학기 690명에서 올 2학기 1,121명으로 증가했다.고려대도 93년1학기 1,178명에서이번 학기 1,635명으로 늘어났다.
연세대 조철현(54.영문과)교수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외국어 실력을 키우고 외국의 이질적인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졸업을 늦춰가며 부화뇌동식으로 해외연수를 떠나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며 『충실한 어학연수를 위해 학점을 인정받는 교환학생제도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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