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멍 뚫린 세밑 민생치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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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낮 서울시내 한복판의 은행에 3인조 권총강도가 들어 현금 1,600여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은 세밑 민생치안이 얼마나허술한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범인들은 경비원 앞에서 권총까지 쏘아대고 유유히 달아났으나 범행 하루가 지 나도록 경찰은범인의 윤곽은 물론이고,권총의 진위여부조차 가려내지 못했다.
또 최근 주택가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좀도둑이 들끓어 주민들이 불안해한다.특히 파출소와 경찰서 등 치안체제가 미처 자리잡지 못한 일산.분당 등 신도시지역은 밤거리를 다니기가 겁날 정도라고 한다.
세모(歲暮)나 추석 등 대목을 맞으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들뜨게 마련이다.이 때문에 이 시기에는 강력사건이 잦아 경찰은연례행사처럼 해마다 방범비상령을 내린다.올해도 12월 들어서자마자 전국 경찰에 연말연시 비상근무령이 내려졌고 ,은행입구에는예외없이 「무장경찰 경비중」이란 팻말을 붙여놓았지만 모두 전시용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은행과 파출소간 거리는 불과 1㎞쯤으로 은행원이 파출소에 연결된 비상벨을 눌러 경찰관이 도착하는데걸린 시간이 5분이었다.이에 비해 범행소요 시간은 1분 미만이었다.범행은 전광석화(電光石火)였던데 비해 경찰 출동은 거북이걸음인 셈이었다.경찰의 현장출동도 출동이지만 이런 사건이 나면즉시 범행현장주변에 비상선부터 쳐 탈출로를 봉쇄하는 외국의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권총과 폭발물까지 사용한데다 오토바이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 것으로 보아 범인들은 전문적이면서도 치밀하게 범행계획을 세웠음을 알 수 있다.그러나 은행강도로서는 탈취한 금액이 많지 않기때문에 곧 재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경찰은 범인검거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이번 사건을 전국의 치안태세를 다시 가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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