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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 즐길 뿐 된장녀 시선 걱정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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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잇백(It Bag)이 가장 먼저 품절되듯, 요즘 가장 핫한 ‘잇걸(It Girl)’ 서인영(24)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청담동 미용실에서 1시간30여 분을 기다린 끝에 허락된 시간은 불과 20분. 밀려드는 스케줄 때문에 잠잘 시간도 부족한 그녀를 겨우 붙잡았다(이래서 ‘신상’은 서둘러 찾아야 한다!).

“저의 세계가 원래 독특해요. 연예인 되기 전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요. 하던 대로 할 뿐인데, 이런 걸로 사랑받기도 하는구나 싶고….”
‘거침없다’는 표현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TV에서 보던 그대로 ‘까칠 반 털털 반’이다. 알려진 대로 ‘신상녀’ 서인영이 확 뜬 것은 두 리얼리티 쇼 덕분.

연예인 커플의 가상 결혼 생활을 담은 ‘우리 결혼했어요’(MBC, 이하 ‘우결’)와 좌충우돌 명문대 체험기인 ‘서인영의 카이스트’(Mnet, 이하 ‘카이스트’)가 그것이다. 고등학생 때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2002년부터 4인조 여성그룹 ‘주얼리’의 멤버로 활동해 왔지만 이제껏 예능 프로그램에 나간 것은 손꼽을 정도.

“가수니까 무대에서 멋있으면 장땡(최고)이라고 생각했죠. 설정된 대본에다 개인기 같은 것도 저랑 안 맞고…. 저는 연예인이 아니라 저대로 살고 싶거든요.”
“저(자신)대로 살고 싶다”는 소망을 꺾지 않았음에도 예능 프로에서 빛을 발하게 된 것은, 최근 방송계에 ‘리얼리티 쇼’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다. 평소 서인영의 독특함과 가식 없음을 눈여겨봤던 PD들이 그녀의 캐릭터가 살아날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잇따라 기획했다.

‘신상 구두 타령’이 여과 없이 비춰지면서 초반엔 안티 팬의 질타도 잇따랐으나 서서히 보는 눈이 바뀌었다. 서인영의 ‘리얼리티’ 안에 ‘신상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고 싶은 구두를 갖기 위해 몸이 부서지도록 프로 근성을 발휘하는 열정적인 ‘신여성’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된장녀, 뭐 그런 거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내숭 떠는 걸 싫어하고, 원래 제가 그런 것 좋아하니까 다 솔직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카이스트’ 같은 경우엔 천재들 앞에서 내가 바보처럼 보일까봐 그게 오히려 걱정됐죠. 하지만 진심은 통하더라고요.”
그 진심은 ‘카이스트’ 마지막 회에서 뭉클한 감동까지 선사했다. 기말고사를 통과한 대가로 받게 돼 있던 ‘신상 구두’를 포기하고, 친하게 지냈던 학교 친구들에게 ‘신상 운동화’를 선물했던 것이다.

‘우결’에서도 그녀는 어른에게 예의 바르고, 필살기인 애교로 남녀관계를 능숙하게 끌고 가는 ‘협상가’적 면모를 과시한다.‘신상녀’로 뜬 덕분에 편해진 게 있다. 가수로선 드물게 협찬이 밀려들어오는 것. 매니저 류재현씨는 “인영씨가 ‘우결’에서 신고 나온 뒤, 확 뜬 제품이 몇 개 있는데, 그 덕분에 요즘엔 우리 구두 좀 신어달라는 요청이 꽤 들어온다”고 전했다.

이제 매번 ‘우결’ 촬영 때 준비하는 40여 켤레의 구두 중 절반은 매장 협찬을 받고 있다. 헤어스타일부터 립스틱·배바지·보타이 등 서인영이 입고 걸치는 모든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나만의 스타일’이 추구하던 특성상 이런 추종 세력이 싫진 않을까?

“처음엔 브랜드 알려 달라고 하면 ‘왜 따라 하지?’ 이러면서 싫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젠 패션이고 화장이고 같이 가려고 해요. ‘서인영 크루(crew)’를 만드는 거야. 청순가련? 오 노~. 서인영 스타일로 가는 거야.”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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