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마저 울었다 … 내 해외펀드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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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달까지 반짝 반등했던 세계 증시가 인플레이션 우려에 다시 주저앉았다. 상하이 종합지수가 3000선 아래로 물러난 것을 필두로 미국·브라질·러시아·인도·일본·베트남 등 한국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주요국 지수가 6월 들어 모두 하락세다. 펀드 투자자도 환매와 갈아타기, 저가 매수 등 다양한 투자 전략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수익률 줄줄이 곤두박질=세계 주식시장의 부진은 펀드 수익률에도 즉각 반영됐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 집계에 따르면 지난주 748개(설정액 10억원 이상) 해외 펀드의 수익률은 -3.86%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 역시 -15.48%로 좀처럼 원금 손실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 성적을 기록한 중국과 인도 펀드가 수익률 하락에 앞장서고 있다. 5월 말 -11%로 회복 기미를 보이던 87개 중국 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지난주 중국 증시 폭락의 영향으로 -25.91%까지 떨어졌다. 강력한 긴축정책이 시작된 인도에 투자한 펀드는 -26%로 더 심하다.

특정 섹터에 투자하는 펀드 역시 원자재 부문을 제외하고는 죽을 쑤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다시 위기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 섹터의 6개월 수익률은 -30%에 근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말 60조원을 넘어섰던 해외펀드의 순자산 총액은 이달들어 1000억원 넘게 자금이 유입됐는데도 56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러·브에도 이상 징후=지난해 중국 펀드가 누리던 인기를 올해는 브릭스가 물려받았다. 브릭스 펀드의 설정액은 13조원을 넘어 중국 펀드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중국과 인도 증시의 부진에도 브릭스가 인기몰이를 계속하는 이유는 자원 부국인 브라질과 러시아의 활약 덕분이다. 두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13.1%와 5.1%로 다른 해외 펀드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최근엔 러·브 펀드에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7만3516까지 치솟았던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이달 들어 단 이틀만 빼고 계속 하락해 6만7203까지 떨어졌다. 러시아 RTS 지수도 5월 최고치에 비해 10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브라질과 러시아 펀드 주간 수익률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근본 이유는 역시 인플레이션이다. 브라질의 4월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러시아 역시 5월 물가상승률이 15%로 올해 목표 10.5%를 훨씬 넘어섰다.

한국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원자재 수출 대금이 유입되고 증시가 오르면 돈이 풀릴 수밖에 없다”며 “다른 지역에 비해 늦게 시작되겠지만 인플레이션 자체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브릭스가 유망=증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브릭스를 가장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데다 선진국의 금융위기 영향을 비교적 덜 받기 때문이다. 특히 네 나라에 고루 분산 투자하는 펀드 특성도 큰 매력이다. 세계 경제가 비슷한 이유로 몸살을 앓고 있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투자 전략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 팀장은 “국제 유가가 오른다고 자원 부국에만 집중 투자하면 그만큼 급락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다”며 “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브릭스처럼 유망한 지역에 분산하는 펀드가 위험도를 낮춘다”고 설명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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