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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옥션 ‘소더비’꿈꾸며 홍콩 노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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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윤철규 대표가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에 전시된 프랑스 조각가 세자르 발다치니의 조각작품 ‘엄지손가락’ 앞에 서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한국 미술품과 작가의 우수성은 중국·일본 못지않습니다. 치밀한 마케팅과 프로모션 전략이 뒷받침되면 해외 미술시장에서도 승산이 있어요.”

서울옥션 윤철규(51) 대표의 머릿속은 요즘 아시아 미술시장 진출 구상으로 꽉 차 있다. 국내 최대 화상(畵商)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아시아의 소더비·크리스티’를 향한 꿈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해외시장 진출은 3년 안에 회사 매출을 세 배(1000억원, 지난해 매출은 392억원)로 키우려는 목표의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이미 첫 단추를 끼웠다. 지난달 홍콩에서 국내 미술품 경매업계로는 처음으로 프리뷰 행사를 성황리에 치렀다. 영화시사회처럼 미술품을 판매하기 전에 전문가들을 불러 작품을 맛보게 하는 자리다. 다음 달 서울옥션 홍콩법인을 열고 가을부터 현지 경매 비즈니스에 돌입하기 전 ‘몸풀기’ 작업인 셈이다.

우리나라 미술계 입장에서 홍콩은 해외 진출의 첫 관문이다. 아시아 최대 미술품 거래 시장이자 뉴욕·런던에 이어 세계 3대 미술 거래의 허브이기 때문이다. 홍콩 미술품 거래 규모는 지난해 7600억원에 달했다. 연간 4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국내 미술시장의 두 배 가까이 된다. 홍콩은 아시아 미술품을 서구에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한국 작품의 ‘상품성’도 이번 홍콩 행사 등 수십 차례의 해외 전시행사를 통해 웬만큼 인정받았다. “한국 미술의 작품성과 시장가치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손색이 없는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글로벌 증시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한국 주식을 닮았어요.”

실제로 국내 미술 전문가 중에는 “외국 고객들은 한국의 현대 미술품들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즉흥성 같은 감각이 뛰어나다”고 평하는 이들이 적잖다. 활동적이고 솔직한 우리 국민성이 미술품에 고스란히 배어, 일정한 틀을 느끼게 하는 중국·일본 작품과 차별화된다는 것.

홍콩 관문은 더 큰 구상을 위한 시작이기도 하다. “소더비·크리스티 같은 구미 경매회사와 달리 서울옥션은 동양인의 취향과 감성을 무기로 삼는 아시아 기업입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여러 나라의 미술품에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표는 24일 중국 최대의 경매회사 폴리옥션과 업무 협약을 체결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다국적 경매회사들이 아직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시장, 즉 서구 미술품의 아시아 지역 유통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옥션만의 차별화한 마케팅 전략을 활용할 생각이다. 주요 대표작가들의 작품 시세 추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미술품 가격 지수’, 쇼와 미술품 경매를 결합시킨 아트옥션쇼 같은 것들이다. 미술 작품을 잘 골라 소장하는 건 삶을 윤택하게 하는 취미이자 효과적인 재산증식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윤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미술 작품은 연평균 10% 정도 가치가 커지는 재테크 상품이 됐다”며 “다만 안목 없이 부화뇌동하는 미술품 구입 행태는 투자 실패로 끝나기 쉽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글=표재용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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