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 "그때 그사건"출연 이영호.김영민씨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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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청각장애인 부부 두사람이 TV에 출연해 주인공 부부역을 맡아열연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삼각지 근처에서 그림마을 「민예」란 화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호(30).김영민(33)씨 부부.이들은22일 KBS-2TV의 『그때 그사건』에 출연한다.이날 방송될「침묵의 모정」편은 지난 75년 다섯살짜리 어 린 딸을 강물에빠뜨려 살해한 한 청각장애인 엄마의 안타까운 사연을 극화한 것이다. 『녹화를 하다보니 남의 일만은 아니란 생각을 했어요.자식을 둔 우리같은 장애인들이라면 겪을 수밖에 없는 공통된 문제라고 할까요.』 네살때 홍역을 심하게 앓아 장애인이 된 남편 이씨는 『오죽하면 동네 아이들한테 놀림받은 딸이 안타까워 죽일생각을 했겠냐』며 녹화중 남몰래 많이 울었다고 고백했다.극중인물과 달리 지극히 정상적인 딸 하나를 두고 있는 이씨는 『키우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는 말로 장애인 가족이 겪는 고통을 대신했다.이씨 부부가 결혼한 것은 4년전의 일.한 청각장애인 극단의 배우로 활동하던중 연애끝에 결혼에 골인했다.유화에 소질이있는 부인의 재능을 키워줄겸 이씨는 화방을 열었 다.그는 성한사람못지 않은 사업수완을 발휘해 지금은 월수 200만원 정도를올리고 있다.
이씨 부부의 이번 TV 출연은 연극무대 경험이 도움이 됐다.
기성 연기자들의 장애인 연기에 식상한 제작진이 극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청각장애인 부부를 물색하던중 이씨 부부를 수소문해낸 것. 이씨 부부는 88년부터 91년까지 장애인극단인 청음(靑音)농아극단의 열성단원이었다.이때 극단 제3무대와 함께 만든연극 『혼의 소리』와 『탈의 소리』에 주인공으로 출연,백상예술대상(89년)과 동아연극상(91년)특별상을 두차례나 받 기도 했다. 『선뜻 방송사의 출연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4년전 문닫은청음농아극단을 부활하는데 도움이 되지않을까 하는 판단 때문이었죠.후원자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도 있었지요.』 이씨는 부인과 수화로 말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을 만큼 언어구사력을 높이는등 자신을 단련해온 「인간승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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