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파키스탄 중산층 경제개혁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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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파키스탄에서 중산층의 개혁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부토 집권이후 93,94년 경제성장률은 3.9%,4.7%로 지난 3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 7%를 크게 밑돌았다.재정.무역 쌍둥이적자가 갈수록 심화되고 물가앙등도 가계의 주름살을 더해주고 있다.카라치주식시장의 주가는 지난 1년반 동안 절반으로 떨어졌다.
1947년 인도로부터 분리된 이래 한때 남아시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였던 파키스탄은 30%가 넘는 문맹률과 3%의 높은 인구증가율,57.7세의 평균수명 등 후진국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급속히 성장한 중산층이 개혁의 주체세력임을 자임하고 나섰다.이들은 인구 1억4,000만의 대국이 소수의 문벌(門閥)과 산업.지주 독점자본에 좌지우지되는데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현재 라호르에서 시스템이라는 소프트웨어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샤히드 하피즈 카다르는 『합리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근대적 중산층이 성장의 주역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파키스탄에서 고소득자로 분류되는 월수 700달러 이상 계층은 1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은 돈없는 정부로부터 혜택받기를 포기하고 자녀교육문제까지스스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중산층이 기금을 모아 건립한 어떤 사립국교는 영국유학 지망생들만 가르치고 있다.
파키스탄 각지에 3만명의 학생이 등록돼 있고 월납부금만 100달러를 넘는다.
파키스탄 중산층들은 지주 등 돈 가진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는 조세평등이야말로 당면 최대과제라고 여기고 있다.지방의 토호(土豪)나 부농들이 면세되는 바람에 소득세 과세대상은 전인구의1%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이나 해외투자 유치등을 통해 경제진흥을 꾀하고 있지만 소수지배,불평등과세등 구조적모순이 개선되지 않는 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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