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급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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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02면

‘망종’(6월 5일)이 지난 지금, 악양골 온 마을 사람들이 매실 따기에 바쁩니다. 매화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매실을 한 알 한 알 따는 고생은 농사를 지어야만 알 수 있는 수확의 기쁨입니다. 온몸에 흐른 땀을 말려 주는 마파람이 고맙습니다.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어디 다녀오세요?” “응, 오후에 잠깐 매실 땄어.” “잠깐 딴 게 이렇게 많아요?” “뭐 금방 따지. 이거 일도 아니야.” “어휴! 매실이 무거워 댁에 가시려면 힘드시겠네요.” “괜찮아. 뭐 저녁내 가지. 안 급해.”

‘안 급해’ 한마디가 마음에 남습니다. 요새 도회지 사람들이 ‘느리게 걷기’ 혹은 ‘느림의 미학’을 주장하지만 생활 그대로가 바로 ‘느린 마음’인 할머니는 ‘느림’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주장이 아니라 그냥 실천입니다. ‘실천’인지조차 의식하지 않은 채.

할머니의 굽은 등에는 지난 세월의 짐이 실려 있고, 할머니의 주름진 손에는 너무도 무거운 매실이 가득 매달려 있습니다


농사꾼 사진가 이창수씨가 사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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