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民怨빚는 卓上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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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방행정의 불성실과 횡포,무책임과 무능이 잇따라 큰 사회문제를 빚어내고 있다.보도에 따르면 김천시는 고속철도노선이 지정고시되기 불과 3일~1개월전에 철도노선지역에 빌라건축 허가를 내줘 입주 2년밖에 안된 빌라가 헐리게 됐다.서울의 한 구청에서도 버젓이 건축허가를 받아 지은 집을 뒤늦게서야 도시계획선이 변경됐으니 헐어야 한다고 해서 말썽이 되고 있다.일선 공무원들부터가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전혀 모른채 근시안적인 탁상행정을 한 결과다.
또 교통체증을 완화한다고 만든 서울 한남대교 남쪽의 입체교차로 시설은 설계와 주행선 책정 잘못으로 오히려 전보다 더 심한교통체증을 일으키고 있다.분당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2개 간선도로 건설도 용지보상이나 기후조건등을 고려하지 않 고 완공기간을잡았다가 연기를 거듭하는 통에 당국의 발표를 믿었던 주민들은 3년째 생고생하고 있다.
이같은 일들이 여기저기에서 흔히 빚어지고 있는 것은 결론적으로 말해 지방행정의 권한과 책임은 커지고 있으나 일선 공무원들의 능력과 의식은 그에 걸맞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 실시로 앞으로 지방행정의 권한과 책임은 갈수록 커지기 때문에 이 문제는 국가 전체적 차원에서 심도있게 검토돼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다고 중앙정부에서 계속 행정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지방자치제 확대와 강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권한이나 재정은 계속 지방에 넘기되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수있는 능력을 갖춰주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행정의 결과적인 횡포나 근시안적 탁상행정에는 상급행정의 정보독점에도 원인이 있다.고속철도 노선이나 도시계획선의책정을 일선에선 까맣게 모르고 있었기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빚어진게 아니겠는가.「역사 바로세우기」만이 아니라 행정 바로잡기도그 못지 않게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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