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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가짜 장애인공무원' 판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체육교사 출신 우체국 직원이 공무원 신상카드에는 선천적 척추이상자로 돼있다.장님이라는 이유로 공무원이 된 사람은 퇴근해 포르셰 승용차를 몰고 다닌다.로마 신문들이 보도한 이탈리아 「가짜 장애자」공무원들의 위장취업 실태다.
이탈리아는 68년 공공.민간부문 직장 정원의 15%를 연차적으로 장애자로 채우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했다.장애자의 취업과 생계 보장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이후 정부 재정난으로 공무원 정원동결이 여러차례 있었고 취업문은 좁아졌다.사 지(四肢)가 멀쩡한 사람들은 그래서 이 15%에 눈독을 들였다.
그들은 장애자 증명서를 손안에 움켜쥐기 위해 우선 의료당국에뇌물을 먹였다.다음엔 취직경쟁에서 진짜 장애자들을 물리치려고 지원대상 당국에 뇌물을 한번 더 썼다.
법률을 제정한 정치권도 큰 문제였다.집권당은 선거 전에는 장애자 지지 획득을 겨냥,법대로 장애자 채용을 확대했다.그러나 선거가 끝나자 장애자들의 자리를 정상인 지지자들의 논공행상 대상으로 삼았다.야당도 당국에 압력을 넣어 자기 사 람을 심기에바빴다. 최근 당국의 예비조사 결과 이런 식으로 위장취업한 가짜 장애자 숫자는 3만명이나 된다.장애자 몫으로 할당된 공무원총수 15만명의 20%다.로마의 경우 위장취업 실태는 더욱 심각해 장애자 공무원의 3분의2가 정상인인 것으로 파악되 고 있다.이탈리아는 사법부의 강력한 사정(司正)인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로 유명하다.그럼에도 부정부패는 사라질줄 모른다.특히 국가의 심장인 공무원 사회가 좀처럼 정화되지 않고 있다.
군대도 마찬가지다.군수물자 조달과 관련한 부패는 뿌리깊다.서류에 물자의 계약액을 뻥튀겨 차액을 착복하고,특정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조건으로 물자를 조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군복무 면제의 경우 십중팔구 뇌물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이탈리아언론의 지적이다.현재 6,000여명의 군인들이 비리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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