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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업>청룡상 여우주연상 방은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현고학생부군신위」.평범하게 살다간 사람들의 장례식이나 제사때 지방에 붙는 문구다.「보통사람의 죽음 앞」이라는 말이다.거기서 전개되는 낯익은 풍경은 이렇다.오랜만에 얼굴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가운 인사,오고 가는 술잔,시끌벅적한 화 투판….너무익숙하지만 어찌 보면 죽음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축제 분위기다.
박철수 감독의 새 영화 『학생부군신위』는 바로 이 상가의 독특한 「죽음의 잔치」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그린 영화.임종에서발인까지의 짧은 기간중 각양각색의 문상객들이 만들어내는 삽화들로 얘기가 구성된다.그래서 배역 한명 한명이 모 두 주연이고 조연인 셈이다.
『301,302』로 올해 여우주연상을 탄 방은진(30)의 배역도 그렇다.평생 농사를 짓다 사망한 촌부의 둘째 며느리.전문대를 나와 세상 물정은 알만큼 알지만 묵묵히 잡다한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인물이다.촬영장인 경남 합천의 한 농 가 마당에서그는 완전히 시골 아낙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말도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
『왜냐구요?서울출신이라 아무래도 사투리가 부담이 돼요.계속 여기서 촬영하니까 마을사람들과 얘기하기도 자연스럽고 연기연습도돼요.』 늦게 연기를 시작한 덕분에 맡는 배역마다 「새것」이어서 좋다는 그는 『서른에 잔치가 시작된 기분』이라고.줄곧 연극을 고집하다 영화는 『태백산맥』에 조연으로 데뷔한 이후 「겨우」 두번째 작품으로 청룡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행운아.그 러나상은 운만으로 타는 게 아니다.그는 이미 SBS-TV 드라마 『친애하는 기타 여러분』,뮤지컬 『지하철 1호선』,TV토크 쇼『빛과 어둠 사이』등 다양한 장르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조용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가슴에 불을 품은 듯한 여자.사연을간직한듯 늘 젖어 있는 눈에 끌려 『실제로 자신과 똑같은 인물을 배역으로 맡으면 잘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다.한참을 망설인 끝에 그는 『지금은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 에 가득 차있다』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
글=남재일.사진=안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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