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 국제 유가 투기세력도 큰 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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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제 투기 세력도 널뛰기 유가 때문에 최근 큰 손실을 봤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0일 보도했다. 투기 세력들이 지난주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원유 선물을 팔았지만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유가는 6일 하루에만 10.75달러(8.4%) 오르는 등 이틀 만에 배럴당 16.24달러(13.28%)나 치솟았다.

원유 선물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원유의 미래 가격을 예상해 사고판다. 예를 들어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가 다음달 결제일에 현재 가격보다 상승할 것 같으면 선물을 사고, 떨어질 것 같으면 파는 식이다. 이렇게 사거나 판 원유 선물은 결제일까지 가져가거나, 그 이전에 수익이나 손실을 보고 거래를 끝낼(결제) 수도 있다. 원유 선물을 매도할 때 배럴당 100달러였는데 이후 130달러로 치솟았다면 투자자는 30달러에 해당하는 손실을 보게 된다. 반대로 70달러로 하락하면 투자자는 배럴당 30달러의 이익을 보는 셈이다.

투기 세력은 최근 유가가 급등하자 계약을 결제할 때까지 가져가지 않고, 미리 팔았다. 그러면서 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유가 선물 7월물 미결제 약정은 1만932계약이 감소했다. 12월물 미결제 약정도 7157계약 줄었다. 유가가 예상 외로 급등하자 선물을 매도한 투기 세력들이 유가가 더 올라 손실폭이 커지기 전에 서둘러 정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골드먼삭스 런던법인의 조반니 세리오 원유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유가 급등은 매도 세력의 항복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미결제 약정=새로 선물 등을 사거나 팔기로 계약했지만 아직 결제되지 않고 남아 있는 물량. 이 물량이 많아질수록 시장의 출렁임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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