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음료캔에서 나온 중금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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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기저장한 음료캔에서 중금속이 허용치 이상으로 검출됐다는 조사보고는 또 한번 소비자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팀은 깡통주스를 20~50도의 고온(高溫)에서 16~24주(週)동안 보관한뒤 이같은 조사치를 얻었다 고 한다.조사결과를 보면 검출된 주석은 처음 보다 13.1배,납과 철은 2~3배씩 증가했다.
만약 이 조사결과가 올바른 것이라면 얼마전 고름우유논쟁 때문에 겪은 가공식품에 대한 국민들의 불쾌감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또 옹기(甕器)에서 유해(有害)납이 검출되는지의 여부를 둘러싼 10여년전의 지루한 논쟁을 재연시킬 수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소비자.식품업계 모두에 이롭지 않다.식품위생당국이나 업계.소비자보호단체등은 조속히 권위있는 조사와 해명으로 소비자를 안심시켜야 한다.
식품업계는 이번 조사가 냉장고를 안갖춘 열대지방에서의 조사처럼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한다.정상적인 기후조건에서는 선진국처럼 2년이 지나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그러나 우리의 낙후한 유통과정에서 보관이 제대로 될 수 있는지의 조건은 일 단 최악을 상정하는 것이 좋다.따라서 저장조건과 기간에 관한 권위있는 조사결과가 나와야 한다.얼마전 수입식품의 유통기간을 둘러싸고 외국과 통상마찰을 빚을 정도로 가공식품의 안전 유통여부는 국민보건.위생에 아주 중요하다.
통조림 제조기술이 빈약하던 시절에는 가끔 녹슨 깡통을 보아왔는데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다.그런데도 유해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면 통 제조과정을 정밀검사해볼 필요가 있다.철 원료 표면에 필요한 만큼의 주석을 입혔는지,또 주석의 화학처리가 안전하게 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시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이같은 식품검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그 누구도 신속하고 권위있는 해명을 안해주는 것이 제일 나쁜 대응책이다.이번엔 그러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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