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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참을 수 없는 호기심 … UFO 좇는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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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를 좇는 사람들의 동기는 간단하다. 단지 '너무 궁금하기'때문이다. 베일에 가려져 있는 만큼 이런저런 '설(說)'이 등장하고, 설이 난무할수록 그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의욕이 커지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UFO'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카페만 400개가 넘는다. 그 가운데 종교색 등을 배제하고 순수 연구 목적으로 만들어진 카페 중 대표적인 곳이 'UFO연구동호회(cafe.daum.net/ufoseti)'다.

동호회라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이 오간다. 회원끼리 자신이 목격했다는 UFO의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미디어에 UFO관련 기사가 나오면 사실인지에 대해 격렬한 토론이 이뤄진다. 최근 TV드라마 '대장금'에 등장했다는 UFO도 이곳에선 다각도의 분석을 통해 허위로 판정됐다.

1만4000여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론건맨(www.sunjang.com)'이라는 사이트는 UFO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많은 텍스트.이미지.동영상 자료가 올라 있고 이에 대한 진위 논쟁도 치열하다. 누군가 '외계인의 해골 사진'이란 것을 올려 놓으면 '이미 고대 아프리카인의 기형화된 머리뼈로 밝혀진 사진'이라는 반론이 금세 오른다.

'로드 UFO'라고 올라온 사진 바로 밑에는 말벌로 조작된 것임을 밝히는 다른 사진이 올라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사이트에는 가짜 UFO 판독법까지 상세하게 수록돼 있다.

이런 UFO 매니어들 사이에서도 최고 권위자로 추앙받는 사람이 있다. 올해로 연구 경력 25년째인 한국UFO조사분석센터 서종한(44)소장이다. 여러 사람들의 분석을 거치고서도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힘든 사진이 있을 때 모두 그를 찾아온다.

서소장이 UFO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린이 잡지에 실린 특집기사를 보면서 UFO에 느낌이 꽂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치자마자 한국UFO연구회를 찾아갔다. 학창시절 동안에도 꾸준히 UFO관련 기사를 스크랩하고 종류별로 직접 삽화까지 그려왔던 터라 조사부장직을 자청했다. 연구회에 신고되는 각종 UFO 사진을 분석하는 일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직장을 갖고 결혼해 슬하에 1남1녀까지 두었지만 UFO에 대한 그의 열정은 줄지 않았다. 모든 여가에도 가족보다 UFO가 우선이었다. 그래도 그는 이렇게 바친 시간들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스스로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고, 그래서 지금은 누구보다 그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그는 "UFO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콘택트'에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산다는 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정말 존재하는 것이라면 언젠가 그 실체를 밝혀낼 날이 반드시 오겠죠."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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