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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 역사, 주민 힘으로 되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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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9일 열린 함백역 역사 복원 공사 기공식<사진左>. [정선군 제공]
헐리기 전 함백역 역사<사진右>. [함백역복원추진위원회 제공]

철거된 폐광촌의 50년 된 역사(驛舍)가 주민 힘으로 복원된다. 2006년 기차역마니아가 뽑은 ‘가볼 만한 간이역’ 다섯 곳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던 정선군 신동읍 함백역 역사다.

함백역복원추진위원회는 9일 오전 역사가 있던 그 자리에서 역사 복원 기공식을 했다. 역사가 철거된 지 1년 7개월여 만이다. 유창식 정선군수와 주민, 문화계 인사 등 기공식장에 참석한 100여 명은 역사가 복원돼 광업소 폐광 후 암울하기만 한 마을 분위기를 바꿔주기를 기대했다.

521㎡ 부지에 지상 1층 61.49㎡ 규모로 지어질 역사는 오는 9월 준공 예정이다. 함백역복원추진위원회는 오는 9월 역사가 준공되면 1950~60년대 탄광촌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마을 역사자료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함백역이 세워진 것은 1957년 3월 10일. 함백광업소의 무연탄을 영월화력발전소 등으로 수송하기 위해 영월~함백간 함백선 철도 개통과 함께 준공돼 문을 열었다.

개통식에는 김일환 상공부장관과 다울링 주한미대사 등이 참석했다. 1993년 함백광업소가 폐광되기 전까지 제법 큰 역이었으나 이후 이용객이 줄면서 1998년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으로 격하됐고, 2004년 통일호 열차 운행이 중지되면서 폐 역사가 됐다.

강원도와 정선군 등은 역사를 중심으로 함백 근현대사마을 복원계획을 마련해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던 중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은 2006년 10월31일 역사를 전격 철거했다.

주민들은 역사 철거에 반발했고, 나흘만인 11월4일 역사를 복원하겠다고 공표했다. 복원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운동도 시작했다. 추진위원장인 진용선(정선아리랑연구소장)씨가 1000만원을 내고 초등학교 어린이 등 주민 대부분이 십시일반으로 보태 1500만원을 모았다. 또 신동읍체육회장 엄주용씨는 필요한 벽돌을 기탁했고, 레미콘·조경수·굴삭기·유리창호 등 기와를 제외하고 복원공사에 필요한 자재 대부분을 주민 기탁으로 마련했다. 정선군은 지난해 7월 복원 부지를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역사복원추진위원회는 철도청, 시설관리공단, 국가기록원, 서울대도서관 등을 찾아 다니며 1957년 건축 당시 평면도 등 고증자료를 확보했다. 추진위원회는 함백역 역사가 영월 연하역 역사 등과 똑같은 기본설계도면으로 지어진 것을 밝혀내고, 연하역사를 세 차례 정밀 실측해 설계도면을 만들었다. 또 문화재 복원 전문가의 3D(입체)방식 사진 고증과 도면 수정을 거쳐 설계도를 완성했고, 5월 16일에는 건축협의를 마쳤다.

추진위원회는 벽돌이 쌓이는 등 복원 공사가 진행되는 7월 안경다리 벽 등 역에서 마을까지 가는 150m 정도의 옛길에서 함백역의 역사 및 마을 어제와 오늘을 담은 ‘함백역, 그리움으로 만나다’란 제목의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진용선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단순히 추억의 간이역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자발적 역량으로 대한민국 산업화 현장, 주민의 삶이 녹아있는 역사의 현장을 복원하는데 의미가 있다”며 “마을 역사자료관은 물론 아리랑박물관,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등장한 소나무, 두위봉 등 인근 관광자원을 연계하는 기점으로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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