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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대국 러시아, 해외서 자원 사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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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세계적인 자원 부국 러시아가 해외 자원 확보에 발 벗고 나섰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선 중국·미국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최근엔 동남아 지역으로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러시아는 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석유 매장량 세계 7위의 자원 대국이다. 이런 러시아가 외국의 자원 챙기기에 열심인 것은 고갈돼 가는 에너지 자원 확보가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 상황에서 자국 자원 수출로 쏟아져 들어오는 달러를 해외 자원 확보에 재투자해 미래 자원을 확보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일간 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베트남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베트남과 현지 대륙붕 광구 네 곳을 공동 개발하는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두 기업은 이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가스프롬은 7년 정도 걸릴 탐사 단계에만 3억8000만 달러(약 39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 입찰에는 서방의 석유 메이저들도 함께 도전장을 냈지만 가스프롬이 낙찰됐다.

러시아는 중국·미국 등 열강들의 자원 전쟁터가 된 아프리카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가스프롬은 올 4월 리비아 석유공사와 현지 가스 탐사 및 개발·운송·판매 등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에 합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대통령이 이틀 동안 리비아를 방문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와 담판을 벌인 결과였다. 푸틴은 리비아가 러시아에 지고 있는 45억 달러의 채무를 삭감해 주는 조건으로 거래를 성사시켰다. 리비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건설해 아프리카 지역에서 생산된 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는 사업도 검토 중이다. 리비아는 아프리카에서 알제리·나이지리아·이집트에 이어 넷째로 가스가 많은 나라다. 가스프롬은 또 같은 달 이탈리아 국영석유회사 에니(ENI)와 북부 아프리카 지역의 유전을 공동 개발하는 협정에도 서명했다.

러시아의 민간 석유업체인 루코일도 지난해 10월 서부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공화국에 속한 기니 만의 3개 해상 광구 지분 57%를 미국 석유회사 반코에너지(Vanco Energy)로부터 사들였다. 루코일은 2006년에도 코트디부아르 해상 유전 지분 63%를 인수한 바 있다. 루코일은 소말리아·앙골라·나미비아 등의 유전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아프리카 자원을 노린 러시아와 중국·미국 등의 공세가 19세기 이 지역에서 벌어진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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