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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두차례 수상 美전설적 칼럼니스트 제임스 레스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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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6일 워싱턴 자택에서 타계한 제임스 레스턴(86)은 월터 리프먼과 함께 20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인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레스턴은 언론계 생활 대부분을 뉴욕 타임스 워싱턴 지국장으로 보내면서 국내외 문제에 대한 통찰력 있는 칼럼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는 1944년 덤바턴 오크스 회담에서 유엔을 창설키로 한 사실을 특종 보도한 것과 아울러 56년 대통령 선거의 탁월한 보도로 두차례 퓰리처상을 받았다.
영국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11세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온레스턴은 일리노이대학 신문학과를 졸업한 후 오하이오주 지역신문과 AP통신에서 스포츠 기자를 하며 언론 초년기를 보냈으며 지난 1938년 뉴욕 타임스로 옮겨 부사장까지 지 내다 89년 은퇴했다.
레스턴은 미국 정치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옛소련 흐루시초프 공산당 제1서기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고 레스턴에게 털어놓기도 했으며 1945년 아서 반덴버그 상원의원은 미국의 대외정책에 관한 연설문 초안을 레 스턴에게 보여주고 그가 제안한대로 2차대전후 연합국 결속에 관한 내용을 삽입하기도 했다.
레스턴은 고위 정치인들과의 사교력을 십분 활용,비밀 정보를 잇따라 입수하면서 부동의 민완기자로 자리를 굳혔다.
그의 글은 식자층은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매료시켰다.쉽고 현란한 문장과 뚜렷한 메시지 뿐아니라 광범위하고 정통한 뉴스원을 동원한 그의 뉴스와 칼럼은 전세계 정치지도자들에게 폭넓게 읽혀졌다. 71년 「핑퐁외교」로 미-중 관계가 호전될 즈음 레스턴은 닉슨 대통령의 중국방문보다 7개월앞서 저우언라이(周恩來)중국총리와 단독 회견,그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의 글에는 예언자적 통찰력이 스며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일찌감치 베트남 전쟁의 패배를 예언했고 공산주의의 몰락을 점쳤다.은퇴 고별회견에서 『공산주의 소멸에 언론이 큰 역할을 한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의 언론관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87년 쓴 마지막 칼럼 「편지」에서 레스턴은 여력이 있다면 미국인들에게 장문의 연애편지를 쓰고 싶다고 털어놔 미국인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저서에 『승리의 서곡』『신문의 포열(砲列)』『마감시간』등이 있다.
이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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