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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길.고명승씨 검찰서 만난 12.12惡緣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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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명승(高明昇)과 구정길.
12.12당시 총부리를 마주하던 두 사람이 6일 오후 서울지검에서 마주앉았다.
高씨는 당시 경호실 상황실장(대령)으로 신군부측 행동대장이었고 구씨는 총리공관 특별경비대장(중령)으로 근무중이었다.
이들은 같은 군인이었지만 12.12라는 사건을 맞아 서로 계엄군과 반란군으로 악연(惡緣)을 맺은 두 사람이 16년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의 첫 대결은 구씨의 패배로 끝났다.
구씨는 당시 최규하(崔圭夏)대통령이 머물던 총리공관을 지키던특별경비대의 책임자로 육본에서 파견돼 사실상 경호실장 역할을 했다. 반면 高씨는 총리공관을 접수하고 전두환(全斗煥)보안사령관이 유리한 입장에서 崔대통령으로부터 재가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인물이다.
高씨는 또 13일 오전2시30분 崔대통령을 면담하러 온 이희성(李熺性)중앙정보부장서리를 총리공관보다 보안사로 먼저 안내하는등 12.12군사반란이 성공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당시 구씨는 高씨 병력이 들이닥치기전 정승화(鄭昇和)총장 연행 사실을 육본측으로부터 연락받고 비상을 걸어놓은 상태였다.
구씨는 全씨가 鄭총장 연행 재가를 받기 위해 총리공관에 머물고 있을 때 김진기(金晋基)헌병감으로부터 『全씨의 소행』이라는전화연락을 받고 최광수(崔侊洙)비서실장에게 『지휘계통을 벗어난일』이라는 뜻을 전했다.
구씨는 이어 『지금 全씨를 연행할 수 있느냐』는 金헌병감의 물음에 『가능하다』는 뜻을 전했으나 육본 지휘부의 최종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全씨가 경복궁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全씨 연행은 무산되고 말았다.이어 들이닥친 것이 高씨의 경호실 병력.
高씨는 경복궁 구내에 주둔하고 있던 55경비대대 3개 소대,101경비단 1개소대 병력을 출동시켜 총리공관을 외곽포위한 뒤정문으로 걸어가 구씨와 담판을 벌였다.
高씨는 뒤늦게 합류한 정동호(鄭東鎬)청와대 경호실장 직무대리와 함께 구씨에게 다가가 『보안사령관의 지시로 병력교체를 실시한다』고 일방통보했으나 『계엄사의 임무변경 지시 전에는 안된다』며 병력교체에 응하지 않자 구씨등 특별경호대 병 력을 전원 무장해제시켰다.
이 수훈(?)으로 高씨는 5,6공 들어 경호실 차장.수방사령관.보안사령관.3군사령관등 요직을 섭렵한후 89년 대장 예편했으며 현재는 신한국당(가칭)전북부안 지구당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한편 高씨와는 달리 구씨는 12.12이후 곧바로 예편해 보통 시민으로 지내왔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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