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머니의 노래'제작 MBC 김윤영 P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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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15년만의 전두환씨 구속소식을 듣는 순간 「역사란 이런 것」이란 감회가 들었지만 이같은 역사 바로잡기에 방송이 최선을 다했는지는 의문이 남아 아쉽습니다.』 TV뉴스가 온통 전씨 구속소식으로 메워지고 5.18의 진상을 공개하는 특집방송이 앞다퉈 편성된 지난 3일.6년전 TV프로로는 처음으로 광주문제에 정면도전했던 MBC다큐멘터리 『어머니의 노래』 제작자 김윤영(42.현 교양제작국 부장 대우)PD는 전씨의 구속과 이를 다루는 TV의 태도를 보며 보람과 착잡함을 동시에 느낀다고 소감을밝혔다. 『어머니의 노래』가 방송된 것은 6공 출범 1년만인 89년2월3일.노태우씨가 대통령인 상황에서 여소야대 정국과 국민의 5.18진상규명 여론에 힘입어 어렵게 성사된 기념비적 프로였다.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을 게엄군이 총칼로 진압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화면에 공개됐고 시청자들은 그때까지 정부가 떠들어온 「폭도들의 난동」과는 정반대의 광주를 보게됐다.43%라는 초유의 시청률은 이 프로에 쏠린 국민의 관심을 입증했고 달포뒤에는 KBS에서 또다른 특집물 『광주는 말한 다』가 방송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반면 방송이 나간 직후 김PD는 『죽인다』『아이가 위태로울 테니 조심하라』는 괴한들의 협박전화에 밤낮으로 시달린끝에 한때 도피생활을 하는가 하면 전화번호까지 바꿔야했다.그러나 더 괴로웠던 일은 외압이 아닌 방송사 내부의 「자제」강요.이를 피해 밤중에 몰래 외신필름을 구해 편집실 구석에 숨어 프로를 만든 일이 기억에 새롭단다.
반면 요즘 잇따라 편성되는 광주관련 특집프로들은 너무 손쉽게그때를 파헤치고 있어 격세지감마저 든다는 것.
방송의 힘이 엄청난 만큼 민감한 현대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나정치드라마는 상업성에 앞서 진실된 역사의식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지리산의 사계』등 자연다큐멘터리에서도 독보적인 연출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는 요즘 96년5월 방송될 문명탐사물『700년전의 약속』제작에 여념이 없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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